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멀리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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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2)

fabiano 2 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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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이 붉게 물드는 석양이 되면 집집마다 밥짓고 쇠죽(옛적에는 소 여물을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삶아 끓여 주었다)끓이는 굴뚝의 하얀 연기가 모락 모락 산수화 처럼 평화롭게 피어 오르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우리 동네의 야간 풍경은 더욱 정겹게 보였다.

지금은 어떤 사유가 있어 없어 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전댕이 입구 탑거리 에서 바라보는 글까의 밤 풍경은 더욱 환상적 이었다.
   
마치 커다랗고 시커먼 큰 삿갓을 땅에 벗어 놓은듯한  그 밑변에 한줄로 큰 길을 따라 죽  이어서 십여호가 있었고 그 집집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호롱 불빛이 커다란 삿갓 아랫변에 일부러 장식한 아름다운 보석처럼 반짝이는데 시커먼 산의 실루엣 위로는 크고 작은  별들이 무수히 반짝 거렸지...

일찌감치 저녘을 먹은 동네 꼬맹이들이 약속이나 한듯, 하나 둘씩 만만한 친구네 집으로 모여들고 남녀칠세 부동석이라고 여자 꼬맹이들은 따로 모여 놀았는데 심술이 난 사내 놈들이 여자애들이 모여 노는 곳으로 찾아가 댓돌 위에 벗어 놓은
고무신 한 짝씩만 걷어서 길다란 새끼줄 끄트머리에 꽁꽁 묶어 커다란 옹기로 된 오줌통에 담궈 놓고,한쪽 끝은 살금살금
방문고리에 묶어 두곤 손가락을 쫙 핀 손바닥으로 갑자기 문살을 드르륵 긁어 주면 방안에서 재잘대던 가시나들이 기절 초풍을 해 비명 소리가 요란스레 온 집안을 울렸지....

이 혼란스런 순간을 놓칠세라,  재빨리 악동들이 모여 놀고있는 곳으로 줄행낭을 치면서 가시나들이 집에 돌아갈때 우왕좌왕하며 오줌통 속에 빠져 있는 신발을 찾아 꺼내 신는 풍경을 상상하며 키득키득 거렸지...

방안에 가득 모인 친구들은 입심좋은 친구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졸라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 졸라대면 주로 옛날
누구누구의 친 할아버지나 아버님이 거나하게 한잔하시고 귀가 하시는 길에 몸소 겪으신 도께비와 씨름을 하셨다는 이야기나  어느 으슥한 곳에서 만난 처녀귀신 이야기 혹은 산 짐승을 만나 위기를 모면하셨다는 엉터리 무용담이 우리 꼬맹이들의 상상속의 영웅이 되시어 존경의 대상이 됐었지....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밤은 깊어만 가는데 호기심 많은 꼬맹이들의 눈망울은 별처럼 더욱 반짝이고 콩닥 콩닥 뛰는
참새가슴은 무서움에 오금이 저려와 자꾸만 슬금슬금 방 가운데로 파고 들었고  호롱불 심지가 내뿜는 끄으름에 코밑이
까매 지는줄도 모르고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지....

지금은 고인이 되어 이 세상에 없지만 글까에 살든 K라는 눈이 해맑고 까만 착한 후배 친구가 있었는데 나도 무서움을 좀
탔으나  이 친구는 나보다도 한 술 더 떴고 낮에는 매사에 용감 했으나 밤만 되면 얼뜨기가 되는 친구였다.

우리 동네중 탑거리는 도깨비가 나온다는둥, 귀신을 봤다는둥...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고 실제로 일년에 한번씩
연말 쯤엔가 동네의 안녕을 빌며 사내끼(짚으로 꼰 줄이나 끈)에 하얀 창호지를 길게 잘라 듬성듬성 끼운 금줄을 만들어
돌탑에 감아두고 동제(洞祭)를 올리던 곳이라 항상 우리 꼬맹이들 사이에 그럴듯한 소문이 도는 밤만 되면  제일 무섭게
생각 했던 공포의 길 이었다.

밤이 이슥하도록 귀신 이야기를 실컷 듣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얼마나 잔뜩 쫄았는지 이녀석이 자꾸만 내 곁으로 
다가 오길래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갑자기 그 친구를 탑 쪽으로 확 떠밀며 "억" 했더니  "으~악" 하며 짐승같은 소리를 내면서 반대편 쪽으로 마구 뛰다
다시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와 나를 붙들고 짐승같은소리로 울부짖으며 나를 마구 두들겨 댔다.

놀래킨 죄로 엉겁결에 많이 얻어 맞긴 했어도 그 친구 허둥대는 꼬락서니가 어찌나 우습던지....
너무 악동짓을 한건가?...

(다음에...)

2 Comments
최영호 2007.11.06 18:16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fabiano 2007.11.06 22:33  
저희 세대들은 거의 비스므리한 환경이었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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