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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1)

fabiano 2 1327  

친구의 이야기.



내가살던 심천하고도 단전리, 전댕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부자라고 해봐야 도토리 키 재기로 고만 고만한 보리고개를 겨우넘는 정도였고
지지리도 못사는 두어가구 있어 춘궁기에 절량이되 하루 한두끼로 해결했고
모두가 어려운 처지라도 이웃간에 서로 도와 극한 상황은 면했던 갓으로 기억한다.
 
처녀가 시집갈때까지 쌀 한말을 먹고가면 잘살았던 축이라고 할 정도로 논이라곤 산골짝 깊숙이 자리한 
협소한 다랭이 논이나 장마철 적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를 못하는 천수답 몇 마지기가 고작인 동네.
주변이 온통 척박한 붉은 황토밭으로 둘러쌓인 그런 곳이었다.
오죽하면 동네 이름이 단전리(丹田里)였겠냐만, 그래도 인심은 흉하지 않아 서로 도와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는 좋은 인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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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라야 오십여호였지만 왜그리 애들은 많았는지 꼬맹이들이 층층으로 모여 편을갈라 어떤 놀이를 해도
인원이 모자라 못하는 놀이가 없었으니....

긴긴 겨울밤이면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 누구네 사랑방이나 만만한집 안방에 올챙이떼 처럼 모여 편을 갈라
나이롱뽕 화투놀이로 진편이 밥 훔쳐오기 내기를 했는데 진편 애들이나 이긴편 애들이나 자기집에 가면
어느 가마솥에 (보통 어떤집이나 크기별로 두세개의 무쇠솥이 있었슴)무슨 밥이 있노라 알려주고 그것을
진편 애들이 훔쳐오게 했는데 이짓도 고도의 방법 필요했다.
 
정제문(부엌문)은 거의 나무로 된 두쪽 문이 대부분인데 고요한 밤에 이문을 열면 아무리 조심스레 열어도
삐거덕  소리가 나 들키기 십상이지만 문틀에 물을 붓던가, 물 찾기가 쉽지 않으면 급한대로 문지돌에
정조준해 오줌을 누면 신기하게도 문소리 하나없이 사르르 열린다.
 
무쇠 솥뚜껑을 열때도 역시 요령이 필요하다.
솥뚜껑 옆에 손바닥을 쫙 펴서 솥뚜껑 언저리에 찰싹 붙인후 아주 천천히 한손으로 무쇠솥 꼭지를 잡고 들어올린 후,
더듬어 밥그릇을 들어내고 시간이 있으면 조심스레 조금 전 행동을 반복해 솥뚜껑을 원위치 해 놓지만 들킬것 같은
상황이면 그대로 줄행낭을 쳤다.
 
웬만한 집엔 황구(똥개)들이 한마리씩 있었어도 또래 친구집에 자주 놀러가니 이놈들이 짖기는 커녕 다가가면
꼬랑지가 떨어져라 흔들어대는 바람에 거꾸로 이놈을 달래느라 애를먹는 형편 이였지....

애들이 모여있는 사랑방에 개선장군처럼 도착하면 성공적으로 밥을 훔친 무용담으로 왁자지껄하고
내기에 이겨 기다리고있던 다른 친구들은 훔쳐온 밥으로 반찬은 김치가 고작 이지만 커다란 바가지에
대충 썰은 김치와 고추장만 넣고 쓱삭 쓱삭 비벼 숱가락 몇개만 꽂아 놓으면 모두들 빙 둘러앉아 돌아가며
앞친구가 먼저먹은 그 숱가락으로 한숟갈씩 퍼 먹고는 웃음꽃이 만발 했었지...
비록 쌀 몇톨 섞인 꽁보리밥이었지만 아직도 그 맛을 못잊을 정도로 별미중의 별미인 밤참이였는데....

(다음에 계속)

2 Comments
리버룸 2007.11.04 00:02  
재미난 겨울밤 이야기를 시작하시려는 군요. 과수원이나 밭으로 서리하러 가는 무용담이 나올텐데 ..^^
fabiano 2007.11.04 06:02  
친구넘이 기억력이 좋아서... 홈피에 올려놓았는데 그넘이나 저나 같은 시절에 살았던 관계로 동감,공감합니다. 역시나, 그런 무용담이 빠질 수는 없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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