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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야기...

fabiano 1 1317  
요즘도 차를 몰고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보면 차마 코를 막지 않고는
지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바로 인분을 밭에다 거름으로 내다
비료 대용으로 쓰인것이다. “요즘도 이렇게 하는구나” 하며 불현듯
옛날이 떠오른다. 그때는 모든게 귀하던 때라 밭에 하는 거름도
귀하다 못해서 가끔은 인분을 쌀겨와 섞어서 유용하게 쓰일때가 있었다.

시골 우리 옆동네는 푸세식 화장실만 전문으로 푸는 “똥푸는 어저씨”가
계셨다. 나이는 얼추 내가 초딩때 오십은 훨 넘어보인 키가작고 땅딸한
분이시다..원체 목욕이나 씻는건 그분한테는 과분했던지 헤어진 옷에서는
냄새가 “거지는 저리가라” 였다. 그아저씨는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신다.
시골에서는 원만이 살던 사람들은 이 아저씨께 푸세식화장실 푸는 것을
부탁하면 아저씨는 그 날짜를 한번도 어기지 않고 새벽부터 오셔서
온고을 떠나라 소리를 지르며 “요~가라 허씨~!!” 한번 소리를 지르며
똥지게에 가득든 인분을 밭으로 옮기신다.

그런데..문제는 세참시간이다..원체 술을 좋아하고 양이 많다보니..
항상 어른들은 일을 마치지 않으면 막걸리를 아저씨께 내놓치를 않는다.
아저씨가 술에 취하면 정말 가관인게다.
그날도 어머니께서 아저씨께 우리집 화장실을 부탁하시고는 장사를
나가셨는데...가시면서 내게 신신당부를 하신다..
“주노야 절대로 점수아저씨한테 막걸리 새참에 한사발만
따라주고 주전자 샘에 감춰라...”
“야, 돈 많이 벌어오소. 걱정말고 ..엄니 늦으면 내가 밥도
해놀탱께 걱정말고 댕겨오소...”

그런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세참시간이 훨 넘긴 후에야 집에와보니
아저씨가 썽이 잔뜩 나가지곤 나에게 호통을 치신다..
“야. 이눔아 나는 술심으로 일한디..
너는 어디 쏘다니고 인자사 오냐...어여 막걸리 내놔라...!!! ”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냥 막걸리 주전자체로 아저씨께 맡기고는 엄니 말씀은
까마귀고기를 먹은 듯 이자뿌렸다...문제는 얼마지 않아서 바로 일어났다.

인분을 지고 가시던 아저씨가 술이 과해서 인분을 면사무소 앞에다  
쏟아버리고는 아저씨는 우리집에서 막걸리만 연신 마시고 계신게 아닌가...
동네사람들이 노발대발....뉘네집 똥이다냐???? 워메 점수가 또 똥 찌끄라뿟네..
“워메..먼일이 있구만이~~” 냅다 다방으로 아부지를 찾으러 갔다.

아버지는 원체 깔끔하셔서 인분푸는 날이면 아침부터 동네 다방에
나가셔서 집에는 오시지도 않는다. 그때는 아버지는 원래 그래야
하는갑다 하고 생각만 할뿐... 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아버지는 내게
몽둥이 세례만 주신다..
“우~~씨, 그라먼 아부지가 옆에 지키소...~!!”
하고는 동네로 도망을 간다...

중학교 3학년때 그땐 소위 “연합고사”라는 것을 치르러 촌놈들이
광주로 와서 시험을 볼려면 그전날 와서 하룻밤을 여관에 묵었다.
다른건 다 도시넘들하고 티가 안나게 할려고 애썼는데...화장실에서
촌놈이라는게 들통이 났다...생전 처음으로 보는 좌변기에 일을
볼려니.... 그래도 나는 그곳에 세수는 안했다...친구들이 발을
씻었던 기억이 나는데...ㅎㅎㅎㅎㅎ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고등학생이되어 방학에 집에 내려갔더니
아버지께서는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고치고계셨다..일을 도우는 동안 아버찌께
점수아저씨의 안부를 물으니 벌써 이세상 분이 아니시란다...!!
그 아저씨 생각에 그때는 어찌나 짠하던지...

방학이 끝나갈 무렵 동네 아저씨 몇분이 우리집에 찾아오셨다..
여름장마의 끝자락 인걸로 기억이 된다.
백사장 집에 계신감???문을 열고 나가보니 옆집아저씨들 아랫집
형님..윗집 아제..
“아..머시냐..그란께 내가 딱 까놓고 애기해 불란께 ... 똥을 그대로
울 논으로 버린담서요??”
“내가 우리 아들 넘한테 애기 다들었고만..”
“똥싸고 바로 꼬랑으로 버린다고 했당께요...”
아뿔싸~!!!
수세식 화장실의 구조와 정화조에 대해서 나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댓지만 동네 아저씨들은
믿는 구석이 아니다...그사이 동네 이장님이 오셔서 상황을
들으시더니 아저씨들을 옆집 산호식당으로 모시고 가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내가 술만 먹으면 화장실에서 조는게..화장실이 실내장식이
잘되어서도 아니고 졸기 좋아서 만은 아닌 듯하다. 화장실에
있으면 왼지 모를 푸근함과 편안함...때문일까??

점수어저씨의 막걸리...
오늘도 비오는 오후 창밖을 보니 열무김치에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출처 : 쏘사랑 <섬진어부>
1 Comments
fabiano 2005.09.15 08:11  
냄새나는 변(糞)야그를 이렇게 푸근하게 썼고....열무김치에 막걸리 한잔 생각나는 것은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여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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