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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남 기자의 남북정상회담 동행기

fabiano 1 1043  
[주간한국   2007-10-15 14: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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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공부가 제일 중요" 교육열은 남과 북이 하나낡은 건물과 행인들의 초췌한 표정… 개성은 60년대 서울 모습칠흑같은 평양의 밤거리… 고려호텔 객실 안은 옛 여관 분위기

지난 2일 평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북한에 대한 궁금점들을 꼽아봤다.

‘북측이 못산다는 건 알지만 어느 수준일까’ ‘남한의 경제수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등이 머리를 스쳤다. 이 같은 오랜 의문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수행단과 기자들을 태운 버스행렬은 이날 오전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 시내로 진입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만세’라는 건물 외벽 글씨가 멀리서 보였다. ‘아! 정말 북한에 왔구나’라는 감격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개성시내를 마주친 첫 느낌은 한마디로 ‘이 정도일 줄 몰랐다’였다. 북한에서 10대도시에 속한다는 곳인데도 거리나 건물 등이 너무 낡았고 초라했다. 시내를 관통했는데도 차량은 거의 볼 수가 없었고, 행인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에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20층짜리 고층 건물(그것도 아주 낡은)이 일부 보였을 뿐 대부분 저층 건물이었고 쓰러질 것 같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달동네 철거대상 같은 노후한 단독주택 단지들도 많았다. 마치 흑백TV에 비쳐지는 60년대 서울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거라곤 ‘미제 타도’ ‘김정일 장군만 있으면 우리는 이긴다’라는 외벽 글씨뿐이었다.

개성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고속도로 옆의 도로는 비포장 흙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고, 농민이 소 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도 오랜만에 구경했다.

자연경관은 남측보다 수려했다. 야산의 경사도가 남에 비해 훨씬 가파른 산들이 많았고 군데군데 보이는 바위들의 모습도 좋았다. 남한이 잦은 개발에 의해 경관이 바뀐 것인지, 불과 1시간 거리의 북한측 지역인데 산세와 지형이 완전히 다른 나라 같았다.

■ 차분한 평양, 실리적 변화조짐

남측 일행을 맞는 평양 주민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성대한 환대를 받으리란 예상은 빗나갔다. 남한의 TV에는 평양 주민들이 분홍색 조화를 들고 열광적으로 환호를 보내는 것으로 비쳐졌지만, 조금 과장하면 그건 카메라가 비칠 때 뿐이었다. 카메라가 지나간 뒤 만세소리는 금방 수그러들었다.

노 대통령보다 먼저 공식수행단이 환영식장인 4ㆍ25문화궁전 앞 광장에 도착했다. 십여대의 대형버스가 줄지어 광장을 지나는 데도 도열해있던 수십만 주민들은 박수나 환호 없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만세를 불러대고 일부 주민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이들의 환호는 노 대통령이 아니라 김 위원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노 대통령이 먼저 행사장을 떠나고 김 위원장이 2~3분 뒤에 차량에 탔는데, 오히려 김 위원장이 떠날 때의 박수와 환호성이 더 컸다.

기자들의 평양내 이동을 담당(사실상 감시에 가깝다)하는 북측 안내원은 “아무래도 7년 전 1차 정상회담 때에 비해 분위기가 좀 덜하지요. 남측도 그렇지 않습네까”라고 반문했다.

다른 안내원은 “양측의 합의 내용이 중요하지 단지 모양새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정상간 합의 내용에 뭐가 나오는지를 봐야 흥분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습네까”라고 말했다. 맹목적이고 감성적인 모습에서 실용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뀌고 있는 북측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주민들도 태극기와 보도완장을 착용한 기자들을 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전보다 좀 늙어 보인다”라는 말에 북측의 안내원은 “7년이 지났잖습니까”라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불경한 발언’이라며 펄쩍 뛰었을지도 모른다.

평양의 거리는 도시계획이 제법 잘 돼 있었다. 왕복 6차로가 대부분이었고 고층건물도 붉은색과 회색, 노란색 등 다양했고, 인도와 차도는 깔끔하게 청소돼 있었다. 한 15층짜리 아파트에는 전부 에어컨 환풍기가 외벽에 걸려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남한에서 온 미전향 장기수 등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고 했다.

행인들의 모습도 개성이나 다른 지역 주민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양장이었고, 미니에 가까운 제법 짧은 스커트에 부츠를 착용한 이들도 있었다. 곳곳의 공중전화에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교차로에는 신호등대신 수신호를 하는 여성 교통보안원이 있었고, 건널목대신 지하도가 연결돼 있었다.

차량들은 오래된 일본 차량들이 대부분이었다. 벤츠와 폭스바겐 등 유럽 차들도 눈에 띄였지만 남한 차와 미제 차는 보이지 않았다. 차량대수가 많지 않아 오전부터 밤 9~10시까지 교통보안원이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는 데도 원활히 소통됐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대부분이라 각 차량이 쏟아내는 매연은 심했지만, 차량 대수가 적어 전체적인 공기는 맑은 편이었다. 이층버스도 보였고 아주 드물게 택시도 있었다.

거리상점들도 구색은 갖추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거의 없이 한적했다. 양복점이 많이 눈에 띄였고 옷상점, 책방, 각종 식당, 사진관, 물고기상점, 식료품상점, 잡화점, 약국, 술집, 청량음료집, 건자재점, TV수리점, 강냉이국수집, 단고기집, 미용실 리발관, 아동백화점 등의 간판이 보였다. 유독 미용실에만 손님들이 북적였다. 북한주민들도 역시 외모에 ‘투자’하고 있었다.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44층 높이로 북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지만 시설은 평균점 이하였다. 위생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객실 등 내부 분위기는 오래된 옛 여관의 모습이었다.

■ 북 인민이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노 대통령은 한국으로 돌아와 11일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부지런하고 의욕적 자세가 놀라웠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기자의 느낌은 좀 달랐다.

매사 소극적인 경향이 느껴졌으며,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 시키는 것만 하는 종속적인 의식이 배어 있는 듯 했다. 직업상 신분 상승의 기회가 사실상 단절돼 있는데다, 특별히 큰 실수를 하기 전까지는 직업을 잃게 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 예로 호텔에서 와이셔츠의 세탁을 맡겼더니 3시간만에 깔끔하게 세탁해 다리미질을 해왔다.

그런데 소매 깃 끝부분은 다리미를 부주의하게 다룬 탓에 검게 그을렸다. 호텔 방의 라디오 스위치는 떨어져 나가고 없고, 시계는 두시간이나 늦게 가고 있었다. 방문은 아귀가 맞지 않아 여닫을 때마다 세게 힘을 줘야 했다.

간단한 수작업으로 금방 고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남측의 호텔이라면 손님의 항의로 담당 직원은 호된 질책을 받을 사안들이다. 할 수없이 떨어져 나간 스위치대신 볼펜 끝으로 눌러가며 시계의 시각을 고쳐주고 왔다.

이곳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경제가 낙후돼 엘리트들이 갈 곳이 없다. 북측의 기자 안내원들은 우리로 치면 대부분 국정원 직원 같은 기관원들이다. 그런데 이곳의 최고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 출신들이 많았다. 기업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엘리트들이 관(官)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서도 자녀교육이 가장 관심사였다. 한 호텔 직원은 “자식들 공부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하다. 의사나 교수 등은 나라에서 지원이 많으니 지원자가 많다. 우리 애가 지원하고 싶은 분야의 지원자가 적어야 수월할텐데…”라고 말했다.

40대 여성 안내원은 “중학생인 아들이 컴퓨터를 좋아하고 또 잘 해서 이쪽으로 공부시킬 생각”이라며 “김책 공대에 들어가면 좋고, 그래서 나중에 교수가 되면 좋고…”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안내원은 반대로 “아들이 컴퓨터에만 빠져 있어 걱정”이라고도 했다.

이들이 자녀교육에 더욱 매달리는 이유는 이미 자신들은 직업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직의 자유도 사실상 없거니와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기 전까지는 급격한 신분 변화를 꾀할 수도 없다. 때문에 아직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자식들에 대한 학습에 매달리는 것이다.

■ 북 경제의 현주소

북한의 밤은 칠흑이었다. 비록 예전보다 전력난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밤 10시 이후의 평양은 서울의 70년대에 행해지던 등화관제 상황과 비슷했다.

상점과 음식점은 전체 내부에 등을 한 두 개 켜놓은 어두침침한 상태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나마 들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군밤 군고구마 꼬치구이 등을 주문하고 포장해가는 ‘테이크 아웃’ 상점에 퇴근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렸고, 테이블 없이 서서 음료를 마시고 담소를 하는 청량음료집에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었다.

호텔 내 상점에는 식품에서 공산품까지 진열돼 있는데, 일본과 중국 수입품이 대부분이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사이다와 맥주, 생수, 술 등이었다. 그나마 캔 음료는 없었다.

거리의 차량은 밤 11시가 넘으면 아예 통행조차 끊겼다. 가로등이 일부 켜 있었으나, 이것도 남측 일행이 지나갈 때만 켜놓은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호텔에서 일하는 20대 주부에게 “평양은 좀 나은 편이지만, 개성은 건물이나 거리모습이 정말 낙후됐더라”고 말을 건넸더니 “개성이 정말 그러냐. 평양에서 태어나 한번도 다른 도시를 가본 적이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40대 호텔 직원도 “개성은 아직 한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차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곳인데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놀랐다.

기자가 이들에게 “서울의 경제상황을 아느냐. 북측보다 잘사는 것은 짐작되느냐”고 조금 민감한 사안을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어떤 게 잘사는 것이냐”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 주부직원에게 “남측의 차량대수가 1,000만대가 넘는다”고 말하자, 잠깐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북측의 TV와 신문은 여전히 체제선전으로 가득했다.

특히 TV는 50~60년대 김일성 주석의 활동을 담은 흑백 프로그램이 상당수 방영됐다. 프로그램 내용은 대부분 ‘김 주석 부자의 영도로 북 인민이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또 국제 기준으로 보면 중소기업 수준의 소규모 공장인데도 이곳 매체들은 이를 마치 첨단산업 공장인듯 자화자찬식으로 부풀려 보도하기 일쑤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위원장이 친히 남측 인사들을 만나주시었다’는 표현으로 일관했다. 이런 식으로 주입되고 세뇌되는 일반 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남측 상황을 제대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건물 외벽이나 옥상에는 예의 붉은 글씨로 북 체제나 김 주석 부자를 칭송하는 글귀가 여전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만세’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 ‘자주ㆍ자립ㆍ자위’ ‘미제는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자’ ‘영광스러운 조선노동당 만세’ ‘수령님은 만인의 태양’ ‘김정일원수님 고맙습니다’ 등이 적혀 있었다.

<아리랑> 내용은 체제수호 분위기의 결정판이었다. 공연에는 연인원 10만여명의 학생들이 동원됐다.

집단 대체조라는 북측의 설명대로 장엄하고 서정적인 서사극이었다. 예술성이나 대대적 인원을 동원해 꾸민 공연의 화려함은 그런대로 평가할 만 했다.

하지만 카드섹션에서 매스게임에 이르기까지 단 한명의 실수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그 많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집단화와 획일화를 강조하는 북 체제에 대한 섬뜩함도 느껴졌다. 2박3일간의 북한 방문은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정치부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1 Comments
fabiano 2007.10.24 17:50  
지난 10년간 반공을 희석시키고 목숨을 바쳐 지킨 이 나라를 북에다 진상하려는 그 저의가 얼마나 가증스러우며 정상배들의 소행이 반역에 다름아니니...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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