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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치마 너무 짧은 거 아냐?"

fabiano 2 2036  
때는 국민학교 6학년 시절. 그러니까 1973년 여름이었습니다. 엄마가 사주신 새 반바지를 입고 까불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계집아이를 누군가 불러 세웁니다.

“아가씨 잠깐 이리와바”
“…?”
“짧은치마 입은 아가씨 거기 서라니까.”

설마 이제 막 열두 살이 된 국민학생이었던 저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도 않고 가던 길을 씩씩하게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경찰아저씨 두 분이 제 앞을 막아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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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 때문에 몇 번 입지 못하고 버려야 했던 문제의 짧은 치마형 반바지.
ⓒ2005 김혜원
“아가씨, 이거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냐?”
“네? 아저씨 왜그러세요?”
“잠깐 먼저 자로 재고 나서 이야기 합시다.”

경찰아저씨는 어디서 꺼냈는지 줄자를 꺼내 무릎 위부터 치마아랫단까지 한 번에 쭉하고 재보더니 '쯧쯧' 혀를 찹니다.

“이거 봐. 이거 무릎 위로 20센티도 넘잖아. 짧은 치마 입으면 안 되는 거 몰라요?”
“이름하고 주소대봐요.”

경찰복을 입은 아저씨들은 마치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 이름을 적는 것처럼 수첩을 꺼내 내 이름을 적으려 했습니다. 왠지 이름을 적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사정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요, 아저씨. 이거 치마 아니거든요.”
“치마가 아니면 뭐에요?”
“이거 보세요. 이거 반바지에요.”

사실이었습니다. 그때 입고 있던 치마는 짧은 스커트형 반바지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친절하게도 랩스커트를 들어 올려 그 속에 짧은 반바지를 아저씨들에게 보여 드렸습니다.

“반바지는 맞네. 그러고 보니 이게 핫팬츠라는 거군.”

아저씨들은 신기한 구경이라도 하듯 스커트속에 감추어진 반바지를 쳐다봅니다.

“그럼 가도 되죠?”
“안되요. 핫팬츠도 단속 대상이거든요.”
“아저씨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세요. 그냥 우리 엄마가 사준 거 입은 건데….”
“아무리 그래도 짧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안되는 거예요”
“몰라요. 우리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그러니까 주소를 대라니까.”
“싫어요. 으앙~”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하고 억울하기도 한 마음에 다그치는 경찰아저씨들 앞에 주저 앉아서 큰 소리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누군가가 경찰아저씨와 저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아저씨들 왜 그러세요?”
“보면 몰라요? 미니스커트 단속 하고 있는 거 안보이냐구.”

눈물을 훔치며 올려다보니 마침 길을 지나던 이웃집 대학생 언니였습니다.

“어머, 혜원이였구나.”
“언니, 이 아저씨들이 치마가 짧다고…. 엉엉”
“정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아저씨 얘 몇 살로 보이세요?”
“글쎄요…?”
“국민학생이라구요. 아직 열두 살 밖에 안 된 어린애한테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국민학생이라구요? 정말요?”
“보면 모르세요? 이젠 어린애들도 단속하시나요?”
“아무튼 짧은 치마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 봐 드리죠. 학생도 알아 들었지? 짧은 치마 입고 다니면 안돼.”

지나간 일이라 웃으며 이야기 할수 있지만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기가 막힌 시절이었습니다. 죄라면 지금의 제 키가 국민학교 6학년때 다 자란 키라는 것이고, 국민학생치고 발육 상태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좋았던 거겠죠.

날씨가 더워지며 어느새 젊은 여성들의 노출이 경쟁하다시피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 여름엔 어깨가 없는 슬리브리스 셔츠, 등판이 없는 홀터넥 블라우스, 속옷을 입은 듯 한 란제리룩,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시스루룩, 허릿살을 내놓은 배꼽티와 골반바지, 엉덩이의 반만 가리게 되어있는 울트라미니팬츠 등 예전 같으면 미풍양속을 헤치다는 이유로 당장 구속감인 옷차림들이 유행을 한다고 하니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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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뉴스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2 Comments
어여쁜 나 2017.02.17 18:49  
사우디아라비아나 현재 이란이슬람공화국에서는 저런 노출의상 상상할수도 없죠~!!!! ㅡㅡ;;;;
fabiano 2017.02.19 21:29  
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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