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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삼일극장 영사기사 - 최상도氏

fabiano 0 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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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범일동 삼일극장은 삼성극장과 함께 부산영화사를 얘기해주는 극장이다.

지난해 봄, 필자가 극장을 찾았을 때 낡은 간판이 궂은 날씨 못지않게 극장 앞벽을 초라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손때 묻은 난간을 올라 영사실에서 이제 막 상영이 끝난 필름을 되감고 있는 51년의 영사기사 경력을 지닌 최상도(1936년생)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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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山 빅토르사운드 제품인 후지센트럴 35밀리 영사기가 돌아가는 기계음은 시골 가설극장에서 듣던 영사기소리를 떠올리게 하며 문득 소년시절로 돌아가는 착각마저 일으키게 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소년 최상도는 광복 이듬해(10세)에 귀국하여 부산진초등학교 3학년에 편입하지만 일본어 습관이 배어 진작부터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한글 해독도 어려워 급기야 자퇴를 했다.
이런 사정을 안쓰럽게 여긴 외삼촌의 도움으로 형과 함께 집 근처 삼화고무공장에 취직했으나 이곳 일도 탐탁지 않았다.

소년은 그래서 집 근처의 삼일극장 주변을 놀이터 삼아 맴돌았다.
극장 안팎을 쓸어주면서 공짜구경도 하고 금지구역인 영사실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친숙해진 영사기사에게 전축조작법을 배워 영화 시작 전후의 음악을 틀어주는 일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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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사장으로부터 "극장이 그래 좋나. 그라모 영사실에 가서 영사기사일이나 제대로 배워 보거라."
20세가 되면서 비로소 삼일극장 영사기사보 임명장을 받고 월급도 받게 되었다.


50여년을 영사기사 외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삼일극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자를 깨우치지 못했으므로 기술을 눈과 손으로 외우다시피 익혔다.
영사기술 스승은 김윤옥(당시 40세쯤)씨였다.
지금의 극장 사장 김종태씨의 아버지이다.
기사보의 보수는 낮았으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재미로 매일의 출근이 즐겁기만 하였다.


그 시절 영사기사 자격증제도가 실시되면서 많은 기사들이 서울로 자격시험을 보러 갔지만 대부분 낙방했다.
최상도 기사도 예외가 아니었으나 두 번째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자격증을 받았다(1968년).
그러나 이 시험이 ○×로만 치르는 시험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 문자 해득을 요하는 문제였다면 자격증은 자칫 먼나라 이야기가 될 뻔했었다.


그때 일을 생각하고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진주 국보극장,통영 충무극장,부산 수영극장 등으로 떠돌다가 다시 삼일극장으로 돌아온 것이 82년 4월의 일이다.


옛정이 밴 삼일극장 영사실 책임자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1952년 16살 나이로 삼일극장에 발을 들여 놓아 56년에 기사보가 되었고 58년에 삼일극장을 떠난 지 24년 만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팔청춘이 어느덧 마흔일곱 불혹의 나이가 되었을 때다.
그로부터 최근까지 25년을 한결같이 삼일극장 영사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 사이 경영주가 4번이나 바뀌었다.
90년 이후 텔레비전 등장으로 사양길로 접어드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삼일극장은 토키(유성) 영화상영관 시대인 1944년께에 개관하여 60년의 전통을 지닌 극장이다.
활동사진 상설관인 초량좌,유락관,중앙극장,대화관에 이어 동구지역에 5번째로 세워진 극장이다.
극장 이웃에 범일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었고 국제고무공장과 삼화고무공장 등이 있어서
퇴근시간이면 극장이 미어터질 듯 만원이었다.
그러나 안방극장 등에 관객을 빼앗긴 극장들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듯이 삼일극장도 지난해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지금은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도로를 넓힌다고 뜯겨나가 흔적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요즈음 일자리를 잃은 최상도씨는 울적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영사기사로 열심히 일한 51년의 세월은 후회되는 일 없단다.
자녀들 키우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있어서 마냥 즐겁기만 한 정말 보람있는 세월이었다고 밝게 이야기한다.


(부산일보 2007.1.27)

from Empas Blog(think 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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