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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아십니까?" ━똥개이야기━

fabiano 0 1346  
시장싸전집 골목을 돌면 승숙이네 두부공장이 있고
조금 더 가면 항아리집이 나오는데 이때부터는 훈식이와 나는 긴장을 한다.
커다란 똥개가 있는데 너무 무섭다.
한번도 물린적은 없지만, 물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묶여있는걸 조심스레
확인하고는 손에 짱돌을 한 개씩 들고, 까치 발걸음으로 드립다 개울로 뛰어간다.

"씨바 똥개자슥,쥐잡기 하는날이 니 제삿날 인 줄 알어라이~"

싸전입구 잡화상회의 영철이가 물린적이 있다.
그 개는 이제  세상접었다고 좋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목털을 가위로 싹둑 잘라 들기름에 개어 불에 태운 후 상처에 붙이는걸로 끝이였다.
영철이 어머니는 비밀이라면서 호떡을 주며 침튀기며 말했다.

"그 개자슥,쥐약 놓는날이 세상하직하는 날이고만.내 끝장 낼껴,"

그 개는 정말 컸다.

부리부리한 두 눈깔로 떡벌어진 어깨에 밥솥만한 주둥이를 달고 있었다.
엄니손잡고 창경원에서 구경했던 늑대보다 더 무서운놈.
그녀석은 틀림없이 호랑이 몸뚱이에 개가죽을 썼거니 생각했다.
몸서리 치도록 무서운 녀석은 동네 어른들 앞에서는 이쁜짓을 골라서 했다.

세상을 아는놈이다.
암캐를 보면 환장하는 놈이 기도 하고.
꼬맹이들이 똥싸면 어디선가 황금박쥐처럼 나타나 꼬리를 살살 흔들고,
알듯 모를듯 한 미소를 힐끗 뿌리며  순식간에 똥을 먹어 치운다.
저 놈은 회충 많다고 소문난 놈인데,  에라이 실컷 쳐먹고 뒤져버리라고
수도 없이 생각했지만 동네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토실토실하게 아주 잘 크는고만, 괴기근이나 나오겄는걸,"
"아이구, 말이면 머해유...."
"보면 몰러유?"
"원제 잡는댜 저거.."

그러던 어느날 밤
동네가 시끄러워 나가보니 그 개가 발광을 하고 있었다.
두눈은 겁에 질린 듯 했고.땅에 엎드려 거품을 토해내며
발을 마구 흔들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어린마음에 불쌍하기도 했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드런놈 잘 가거래이~"

그 날은 쥐약 놓는 날 이었다.

쥐 먹으라고 놓은 쥐약 쥐가 안먹고 지가 먹었는지,
쥐약먹은 쥐를 지가 먹었는지...
아니면 누가 죽으라고 쥐약묻은 먹이를 던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70년 가을 어느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蛇足

그 시절, 학교에 쥐꼬리 5개 가져가면 담임선생님께서 옥수수빵을 덤으로 주셨지요.

                                                                        

                                                             <쏘사랑>의 물사랑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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