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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전쟁은 사람을 짐승으로도 만든다

fabiano 0 1019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서 찾은 한국전쟁 사진과 문서들②

 1515009569320916.gif 박도(parkdo45)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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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인가? 멧돼지인가? 총구 앞에서는 사람도 짐승이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인민군 전사가 짐승처럼 기어오면서 투항하고 있다(1951. 9. 20).
ⓒ NARA
새삼 기록의 무서움을 깨닫다

나는 제1~3차 70여 일 검색기간 동안 내내 수백만 파일의 기록물이 보관된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자료실에서 마치 광맥을 찾는 탐사자로 연일 눈에 핏발을 세우며 한국전쟁 관련 문서 상자를 훑었다. 영어에 어둔한 내가 감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곁에서 도와준 재미 동포 박유종 선생 덕분이었다.

그분은 조부 백암 박은식(상해 임시정부 대통령, 사학자)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까닭에 한국전쟁 역사자료 복원 일에 매우 열성적이었다. 심지어 생손앓이까지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어기거나 일방으로 쉬신 적이 없었다. 솔직히 그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한국전쟁 자료를 한 점도 입수해 올 수 없었다.

서울에서 미국으로 출국 전, NARA에 북한에서 노획한 자료가 소장되었다는 정보를 가지고 갔지만, 문외한이 방대한 NARA 자료실에서 북한 측 자료를 입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말 운 좋게 20여 년 NARA를 드나들며 한국관련 문서 리서치 작업에 전력해 오신 재미 사학자 방선주 박사를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분 도움으로 북한 측 노획물 180 자료 상자를 검색할 수 있었다.

내가 방 박사였다면 당신이 수십 년간 노고 끝에 알게 된 검색방법을 아무 대가도 없이 쉬 가르쳐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분은 역사의 진실을 찾아 후세에 남기려고 만리 타향을 찾아온 한 문사의 열정을 가상히 여겨 쉬 마음의 문을 열었으리라.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북한 노획물(RG 242) 상자에서는 별 것이 다 나왔다. 각종 작전보고서, 지령문, 신문 잡지 등. 마치 빗자루로 쓸어 담은 것처럼 북한 문서들이 고스란히 NARA에 옮겨져 있었다. 특히 Box 23에서 나온 '남하(남파) 공작원 명단'을 보고서는 새삼 기록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세포수첩의 암호문에서는 비밀 공산당 조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는데 내 실력으로는 암호들을 풀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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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동당 간부들이 소지한 듯한 세포수첩.
ⓒ NARA
이번 제3차 한국전쟁 기록물 리서치 작업에서 특이점은 앞선 제1차, 제2차 작업과는 달리 NARA에 소장된 북한 측 노획문서를 리서치한 점과 맥아더 장군의 고향 버지니아 남쪽 항구 노폭(Norfolk)까지 달려가서 맥아더 기념관의 자료도 수집해 온 점이다.

버지니아 남단 맥아더 기념관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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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지나아 주 노폭에 있는 맥아더 기념관
ⓒ 박도
2007년 3월 6일, 재미 동포 이도영 박사의 길안내로 버지니아 남단의 '노폭'이라는 도시에 있는 맥아더 기념관을 찾았다. 그 도시는 맥아더의 고향으로 그곳 기념관에서 맥아더 장군의 전 생애, 특히 만년의 맥아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유엔군 측의 대역전 전환점이 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전선 시찰, 그리고 만주 북폭 주장으로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진다"면서 맥아더 장군이 물러나는 장면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중앙청 메인홀 9·28 서울 수복 기념식장에서 맥아더 장군의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지켜준 데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눈에는 눈물이 서린 듯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

이 맥아더 기념관에 소장된 한국전쟁 관련 사진들은 모두가 대한민국 역사의 귀중한 한 장면들이라 시간이 허용한 대로 최대한 복사해 왔다. 또, 이 기념관에 소장된 한국관련 앨범에 수록된 사진들 중 한국전쟁 이전의 좌익사범 처형 장면은 호기심 많은 나그네를 흥분시켰다. 하지만 한 장 당 복사비로 거금(100달러)을 요구해 주머니가 얇은 나그네는 대신 디지털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네들이 거금을 요구할 만큼 끔찍한 장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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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상륙작전 후 전선을 시찰하는 맥아더 장군(1950. 9. 17).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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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아더 기념관에 소장된 한국관련 앨범으로 주로 한국전쟁 이전의 좌익사범 및 빨치산 처형 장면이 많았다.
ⓒ 박도
매우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이번 제3차 한국전쟁 기록물 리서치 작업에서도 가장 감동적이고 기분 좋았던 장면은, 전란 가운데도 설날을 맞아 한복으로 예쁘게 설빔을 차려 입은 소녀들이 동네 마당에서 널뛰기놀이를 하는 장면이었다. 구김살 없는 소녀들의 표정이 어찌나 맑은지 전란을 겪는 소녀들의 모습 같지 않았다. 고난 속에서도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백성들이기에 전후 잿더미를 딛고 오늘의 경제대국 번영을 이루어낸 듯하다. 새삼 우리 겨레의 강인한 저력을 확인케 하는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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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중이지만 설빔을 차려입은 천진난만한 소녀들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1953. 2. 19).
ⓒ NARA
한국전쟁 사진 자료의 보고(寶庫)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일 수밖에 없는 것은 1950년 당시 우리나라 언론기관은 질과 양에서 오늘날과 견줄 수 없을 뿐더러, 우리 백성들은 피란 다니기에 급급해 전쟁 실상을 제대로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카메라가 무척 귀한 시절인 데다가 전 전선에 투입할 만큼 인적 자원이 넉넉하지 못했다. 이에 견주어 유엔군들은 부대별 홍보 사진사와 각 언론기관 종군기자로 그날그날 전황을 전 세계에 타전해 사진자료가 비교적 풍부한데다가 전쟁 후 미 정부에서 이를 통합하여 NARA에 영구 소장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세 차례 70여 일간 NARA에 머무르면서 한국전쟁 사진자료는 대부분 섭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워낙 방대한 자료가 소장돼 있기에 섣불리 그 자료들을 다 보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3차 리서치 작업을 끝내고 떠나오면서 NARA 소속 아키비스트에게 작별인사를 하자 낯이 익은 그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Mr Park, See you again!"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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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민군 전사의 소지품에서 나온 사진으로 김용호, 리영록, 김기원, 김용생, 김두형, 주중환 여섯 동무가 568연대 직속 사격장 밑에서 촬영하였다고 기록돼 있었다.
ⓒ NARA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도와주시던 박유종 선생도, 그곳에 사는 제자도 꼭 다시 NARA에 찾아와서 <지울 수 없는 이미지>를 계속 발간하기를 기원하였지만 나로서는 확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솔직히 아직도 미국 출입국이 그리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그동안 수집한 사진과 문서들이 우리나라 기록문화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특히 현대사 자료가 빈곤한 작가, 방송인, 영화인 등 예술인들에게는 그 당시의 모습과 상황을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 제3차 방미는 시차부적응과 피로누적으로 여느 때보다 매우 힘들었지만 그런 가운데도 열심히 일했기에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검색 중, 좋은 사진이나 문서를 발견할 때의 그 기분은 월척을 낚은 강태공의 손맛보다 더 좋았다.



이번 방미 길에도 곁에서 줄곧 도와 준 박유종 선생, 북한 측 자료 검색방법을 자상하게 일러주신 방선주 박사, 맥아더 기념관 길안내를 해주신 이도영 박사님께 심심한 사의를 드린다. 그리고 그동안 이 일에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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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하(남파) 공작원 명단, 기록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2007-06-24 16:0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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