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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어버이날] ‘고장난 기계’ 취급에 설자리 잃은 아버지

fabiano 12 1187  
#1.

강모씨(49·전문직)는 외롭다. 야근을 불사하며 청춘을 바친 직장은 그를 명예퇴직시킬 낌새다. 가족들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두 아이들은 서먹해하며 등을 돌린다. 이젠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것 같다. 아이들이 쪽지 한 장 없이 건네는 어버이날 선물은 형식적으로만 느껴진다. “난 이제 수명이 다한 ‘돈버는 기계’일까.” 강씨는 자주 자문한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고장난 기계’가 되는 걸까. 어버이로서, 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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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연신내역 물빛공원을 찾은 중년 남성이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대진기자

#2.

한모씨(52·회사원)는 외환위기 이후 12년간 함께하던 가족을 떠나 중국의 중소기업체에 취직해 기러기아빠로 8년을 살아왔다. 삶의 희망은 오로지 가족이 잘 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왔다. “아무 의미도 없는 가족관계였지만 당신이 불쌍해 그간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아내의 말에 한씨는 “이런 인생을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살았다니”라며 울먹였다. 그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식구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3.

권모씨(49·무직)는 최근 1년 사이 수차례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외환위기 이전 윤택하던 생활은 잘못된 빚보증으로 파탄났다. 부인과는 별거했고, 군대 간 아들만이 휴가 중에 용돈을 타쓰려고 그를 찾아온다. 그래도 아버지 노릇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시원 한달 생활비(20만~30만원)를 몽땅 털어 아들 손에 쥐어주지만, 가장으로서 그의 존재는 공허하다.


40~50대 아버지들은 힘겹다. 그리고 슬프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람으로 바꿔줄 가족에게서 소외된 채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구들과 술로 같은 처지를 한탄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의 ‘술주정’을 반기지 않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김숙기 나우리가족문화연구원장의 지적이다.

“젊을 때 직장일에 치여 가정을 나몰라라 하는데 익숙해져버리죠. 그러다 아이들이 독립할 즈음이면 자신의 존재감에 위기감을 느껴요. 하지만 아내와 자식들의 마음 속에 수년간 켜켜이 쌓인 실망의 담장을 단박에 넘기는 역부족입니다. 가족들 눈치만 보다 외톨이가 되는 아버지도 적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인식은 최근 장년층에서 유행하는 농담에서도 나타난다. “아들 둔 엄마는 6번이다. 아들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지 새끼고, 2번은 마누라, 3번은 장모, 4번은 기르는 강아지, 5번은 일하는 파출부 아줌마, 6번이 비로소 제 엄마”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담 속에서조차 아버지의 ‘번호’는 없다. 가족은 있지만 아버지는 부재다.

‘어버이’가 되기 위해 아버지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한국청소년상담원 송미경 성인연수팀장은 “자녀교육의 개념 자체가 ‘물질적인 지원’이라고 여기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아빠는 일주일에 아이와 7시간 대화한다고 응답한 반면, 그 자녀는 3분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대화에 대한 인식 차가 큽니다. 정작 아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죠. 이 무렵에는 아버지나 자녀 모두 새벽 별, 밤 별 볼 정도로 바쁜 시기인 만큼, 단 1분이라도 진심어린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정서적 유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도 같은 견해다. “그런 의미에서 기러기아빠는 부정적입니다. 자녀하고 아내가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아버지에게는 어떤 보상이 주어집니까. 아버지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을 자녀들은 시간이 갈수록 인식하지 못합니다.” 기러기아빠인 안모씨(52·전문직)는 속내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유학 현지로 찾아가도 아이들은 절 보며 서먹해하더군요. 가족에서 용도폐기되지 않으려면 직장에서 잘리지는 말아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등바등 살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속깊은 대화만이 아버지가 ‘어버이’의 자리를 되찾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 대화가 여의치 않으면 아들, 딸에게 편지로라도 소통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단 대화의 통로가 마련되면, 무뚝뚝한 말투 너머의 진한 부정(父情)을 자녀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민영·송진식기자 min@kyunghyang.com〉
12 Comments
ks4004 2007.05.08 13:14  
요즘은 고래장(?)이 따로 없는거 같아요 -_-;;
fabiano 2007.05.08 18:07  
우울한 기분임다. 세상살이가 너무 각박하여 이런 현상이....가난하고 질곡스러웠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어여쁜 나 2017.03.20 12:40  
북한같았으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1950년대~1970년대 풍경이 남아있다는걸 알아야죠~!!!! 북한영화나 북한드라마에 나오는 아버지들을 보면 마치 우리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의 젊은시절을 연상케 하더라구요?
fabiano 2017.03.28 22:50  
시대의 변천에 따른 것으로...슬픈 현상...
어여쁜 나 2017.04.25 10:49  
2017년 현재 평양에 거주하는 2~30대초반의 평양여성들을 보면 그녀들의 사고방식들이 하나같이 Fabiano님의 20대시절의 사고방식과 유사하다는거 모르셨을겁니다~!!!! 하기야 이만갑이나 모클에 출연중인 탈북미녀들이야 말을말죠~!!!!!
fabiano 2017.04.26 13:49  
내 사고방식이 유교적이기는 하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니며 젊은 세대들과 술도 같이 마시고 놀아봤던 직장생활이었으니 구닥다리 할배는 아니올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이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아니고 즐거움을 우선시 하는 게, 좀.... 집은 세살면서 5천만 짜리 모하비를 끌고 다니는 마음을 이해하기가 좀, 그렇다는 것. 북한의 경우, 해방 이후, 지금까지 준전시적인 자세로 살아왔지만 남한의 젊은 세대들은 고생도 모르고 반공에 대한 사고방식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참, 걱정입니다.
어여쁜 나 2017.04.28 19:25  
남북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해야될것은 우리나라의 10대후반에서 30대정도의 젊은청년들을 모두 북한땅으로 보내서 생고생체험을 해보는것이며 물론 우리나라의 잘나가는 미남미녀 연예인들과 패션모델들도 추가로 보내서 북한의 젊은노동자들과 같이 일을 시키는것이 통일을 위한 길이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fabiano 2017.04.29 11:29  
요즘, 젊은 세대들이 그렇게 할까유? 아마도 안돨 것임.연예계도 마찬가지 일 것임.
어여쁜 나 2017.06.06 09:07  
제가 북한의 국영방송인 조선중앙텔레비죤을 인터넷으로 자주 시청해봐서 잘알겠지만 거기에 나온 청년들 얼굴보시면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제나이보다 10여년 들어보인다는거 잘아실겁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으로만 통해서 북한의 실상을 안다는건 결코아니되죠~!!!!(미안합니다~!!!!! ㅡㅡ;;;;)
fabiano 2017.06.08 21:51  
아버지라는 존재를 우습게 아는 세태...아버지가 자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풍조...지금까지 살아 온 아버지의 경륜은 땅바닥에... ㅠㅠㅠ
어여쁜 나 2017.07.01 21:38  
어쩌겠습니까? 2020년이후로는 대한민국 인구가 점점줄어들고 어린이비율이 더 낮아지는판에....!!!!
fabiano 2017.07.0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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