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인(匠人)
지난 2월 중순,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하시다가 정년 퇴임하신 옆 동네 사시는 성 택제씨와 함께
읍내에 가서오래 전 그 시절, 그러니까 반 백년 가까이 해장국집을 하는 식당에 가서
여전한 맛의 선지해장국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해장국과 함께 막걸리를 기다리고 있던 중, 성씨의 기별로 칠십 중반의 깔끔하게 차려 입은 노인 한 분이 들어선다.
성씨의 소개로 수인사를 나누며 막걸리 한잔씩 걸치며 이런 저런 세상사 이야기 끝에 이제는 이웃 삼군중에서도
마지막 장인(匠人)이라는 성씨의 멘트에 그 분이 평생을 목수로서 살아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젊어서 부터 그러니까 약관의 나이때 부터 목수를 해왔으니까 50여 년을 종사해오면서
갈고 닦은 기량의 솜씨가 인근에서도 으뜸으로 알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교단을 떠난 지 십 수년이 되는 성씨의 집 수리며 자잘한 가구를 쟁이는 솜씨가 아주 맘에 들어 읍내에
나오면 꼭, 장인(匠人)을 찾아 점심 한 끼와 막걸리를 나누며 돈독하게 지낸다고 한다.
목수일을 하면서 슬하의 오남매를 대학까지 가르치고 당신자신도 인생을 유유자적하게 살아 왔다는
마지막 장인의 인생철학을 들으니 그리 고생스러운 삶은 아니어서 한 잔 걸친 얼굴이 아주 밝아 보였다.
의사인 딸이 용돈도 두둑하게 챙겨주고 아들, 사위들이 또한 잘하고 있다는 마지막 장인의 멘트에
그가 살아 온 빛바래고 때묻은 공간의 세월의 이끼가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