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랍,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biano
뉴스 읽고 한마디
8
1297
2007.09.08 21:56
아프간 피랍은 시작에 불과할 것
인질이 풀려난 지 1주일이 지났건만 아프간 피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국정원장의 말과 태도 때문이다. 아프간 피랍과 관련, 김만복 국정원장의 행동과 발언은 지금도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선글라스맨’으로 알려진 국정원 요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설명이나 아프간 수도에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직접 외신들과 인터뷰한 점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가 국회 정보위에서 했던 말들 또한 국민들에게 분노와 황당함을 안겨주고 있다.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김만복 원장은 ‘선글라스맨’이 언론에 노출된 점에 대해 “내가 선글라스맨을 밝히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하는 것은 물론 국정원 요원이 테러리스트와 함께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의혹해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말해 정보위 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 원장은 또한 정보위 의원들이 몸값 지불설에 대해 묻자 “공개적으로 발표된 것 외에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아직 사태가 모두 해결되지 않은데다 탈레반과의 약속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외신의 보도대로 몸값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민간에서 아프간에 5개의 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말도 했다. 이런 김 원장의 행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들도 놀랐다. 정치권과 언론은 김 원장이 자기 고향(부산 기장군) 사람 수백 명을 국정원으로 불러 실탄사격도 시켜주고 청와대 견학을 주선한 점, 초등학교 동창회 사무실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을 들어 그가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고 한 행동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 ||||
한편,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인질 가족 등 일부 개신교계 인사들은 피랍 당시의 반성하는 태도를 순식간에 바꾸고는 국민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박은조 목사는 미국의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이 우리를 다른 이슬람 국가로 인도하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교금지 조치가 풀리면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더 많은 선교사들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의 태도 또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피랍됐다 풀려난 이 모씨의 어머니는 자식이 피랍됐을 당시 다른 선교단체에서 열린 행사에서 “피랍된 딸은 가문의 영광”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일을 진행하실지 기대가 크면서 신난다고 할까 재미있다고 할까 그런 마음”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런 개신교계의 오만한 태도에 국민들은 정부가 제반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런 여론을 무시했다. 지난 9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불가피한 부분과 법적으로 명백한 부분만 (구상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구상권 범위는 항공료, 현지 체제비 등 인질들이 사용한 비용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샘물교회 등 개신교계와 국정원, 정부의 태도는 ‘아프간 피랍 사건이 해결됐다’고 보는 듯 하다. 그러나 피랍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와 탈레반 간의 이면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계와 정부, 개념은 어디에? 이들의 태도를 보면서 국민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개신교계 일부 인사들과 외신 받아쓰기만 하던 언론도 자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현실을 보다 냉철하고 정확하게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피랍 사건의 원인인 개신교계는 여전히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선교활동’을 정당화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은 현재 ‘아프간 피랍 관련 자료집’을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들은 자료집을 통해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잡겠다고 갑자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여 당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잡고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던 탈레반 정부를 전복” “그들(탈레반)은 소련이나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 괴수들과 싸우다가 괴수가 되어버린 자”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무고한 시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시도한 그들의 활동을 선교제국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등 국제정치의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라며 언론 기사를 무단인용,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 ||||
한편, 정부와 정치권은 대선 정국에 빠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 지난 6일 AP, CNN 등 주요 외신은 독일과 덴마크에서 알 카에다 요원 3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들 테러범들은 독일인 2명과 터키인 1명으로 이중 독일인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광신도들이다. 독일 연방수사국(Bvf)은 이들이 람슈타 기지와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에 폭탄테러를 가하려 했으며 그 증거물로 액체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과산화수소 750㎏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과산화수소는 아세톤, 소독약, 표백제 등으로 만들 수 있는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PT)라는 물질과 섞이면 강력한 폭탄으로 변한다. 2006년 말 현재 독일에는 약 3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주 독일대사관 홈페이지의 짤막한 공지를 제외하고는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상부, 그 어느 곳에도 이 같은 테러 기도에 대한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국정원이 운영하는 테러정보통합센터(www.tiic.go.kr)에도 관련 소식은 없었다. 피랍, 이제부터 시작 문제는 이런 안이한 생각들 때문에 170개국에서 활동하는 285만의 재외국민과 기업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9월 6일자에서 2000년 이후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인 납치에 대해 특집기획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매일경제신문은 현재 세계에는 950여 개 테러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남아시아와 같은 저개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 러시아, 중남미, 동남아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실제 중남미의 범죄조직은 물론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체첸 반군조직,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제마 이슬라미야나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아부 샤예프 등도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외국인 납치를 일삼고 있다. 이들이 이번 아프간 피랍사건을 주의 깊게 봤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결국 한국인은 이번 아프간 피랍사건으로 말미암아 세계 테러단체의 ‘현금인출기’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테러·납치 대응책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기관의 테러대응지침이나 대테러부대의 긴급 대응 능력 또한 철저히 ‘국내용’이다. 아프간 피랍사건이 있었음에도 ‘소 잃은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이나 NGO, 선교단체 등은 물론 외교관이나 파병부대조차도 현지 활동 시 테러에 대해 무방비 상태다. 기업들은 과거 60~80년대처럼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편이다. 실제 해외 위험지역에서 10년가량 일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도 거기 있어 봤는데 별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프간이나 이라크 파병부대 출신 장병들 또한 실제로는 영내 활동 위주였음에도 자신이 실전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도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또는 소위 ‘국민들 기 살리기’를 위해 우리나라의 외교력과 경제력, 군 전투력, 국가정보능력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대평가한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종종 우리나라의 대테러능력이 미국이나 영국, 독일보다 뛰어나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국민들 대부분은 해외에서의 테러를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즐기는 실정이다. 정부 또한 인질들이 모두 석방됐다고 축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자금에 굶주린 세계 테러 조직들이 ‘탈레반에 자국민 인질의 문제점을 제보도 하고 협상도 하고 알아서 찾아오는’, 오지랖 넓은 한국 정부와 한국인을 가만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