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를 두 번 죽여서야 되겠는가?
fab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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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02:24
동영상이 공개돼 이른바 ‘대사관녀(女)’ 파문을 겪어야 했던 외교통상부가 공식 사과한지 채 두 달도 안돼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납북자 최욱일(67)씨는 납북된 지 31년 만에 남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으로 건너간 부인 양정자(66) 씨는 31년 만에 재회한 남편을 보고 하염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최씨는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 선양(瀋陽)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납북자임을 밝히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직원들은 “내 담당이 아니다”며 몇 차례 전화를 회피했다. 마지막으로 연결된 담당직원은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 ”며 오히려 최씨를 추궁했다. 지난 98년 탈북한 국군포로 장무환 씨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도와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가 대사관 여직원이 짜증스런 목소리로 “아, 없어요”라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은 사실이 뒤 늦게 밝혀져 외교통상부가 공식 사과하며 재방방지를 약속한지 두 달도 안된 시점이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외교부 홈페이지엔 이를 비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연일 거세게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외교부는 또 다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과드린다. 해당 직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씨의 신변보호와 귀환 역시 속전속결로 해결되고 있다”고 변명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 탈북자의 도움 요청이라고 해도 그래서 아니 될진데, 31년 전 강제로 납북된 대한민국 국민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무성의한 답변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영사관 직원들은 한마디로 ‘자국민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두 달 전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외교부가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굳게 약속하고도,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외교관들의 국가관의 문제인가, 아니면 노무현 정권의 '북한 눈치보기'가 극에 달했기 때문인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성용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은 5일 “직접 나서서 (납북자를) 구해주지 못할 거면 북한에서 겨우 탈출한 사람들을 제대로 받아주기라도 하라”고 성토했다. 여론에서 떠들어야만 겨우 문제해결에 나서는 정부에 대한 원망이 섞여있다. 국민의 비난이 쇄도하자 ‘어쩔 수 없이’라도 최 씨의 송환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지만, 이미 국가에게 받은 최 씨 가족의 상처는 회복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인데’라는 말만 반복하는 양 씨의 눈물 섞인 말에는 그에 대한 한탄이 서려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제1의 책무이다. 애초에 정부는 납북자를 국가로 송환시키고 북한의 납치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다하지도 못함은 물론 제힘으로 살아남아 마지막으로 애원하는 국민조차 외면해버렸다. 국민이 납치됐는데 송환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제 힘으로 탈출해 구조요청을 해도 '뭐하러 탈출했느냐'는 식이라면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 ||
[김송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