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끈한 이유 알겠네" 사진으로 본 북한 철도의 속살
"북한이 발끈한 이유 알겠네" 사진으로 본 북한 철도의 속살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무례한 처사다."
북한이 최근 우리 통일부가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한 말이다.
"서푼짜리 부실한 보고서 공개놀음 따위"라는 표현도 했다.
이처럼 북한을 발끈하게 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16일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의선, 동해선 철도 북측구간 공동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북한 철도의 속살이 사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경의선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는 지난해 11월 30일~12월 5일, 동해선 철도는 지난해 12월 8일~17일 사이에 이뤄졌다.
조사구간은 개성~신의주 사이 413.9㎞, 동해선은 금강산~두만강 사이 777.4㎞였다.
경의선, 레일과 터널 노후화 심각
우선 경의선 철도의 레일과 침목은 심각하게 낡았다.
레일은 닳고 닳았고, 레일을 받치는 침목도 썩거나 깨져 있었다.
또 레일을 침목에 고정해주는 '체결구'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레일과 침목을 고정시켜주는 체결구가 사라진 북한 경의선 철도. [사진 통일부]
교량 위의 침목과 레일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침목은 썩어서 곳곳이 부서졌고, 침목 고정장치도 곳곳이 비어 있었다.
침목과 레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자칫 탈선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교량 자체의 상태도 심각했다. 장기간 도색을 하지 않아 철근이 부식됐고,
일부 교량에서는 6.25 전쟁 당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자국도 선명했다.
부식이 심한데다 총탄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은 경의선 교량. [사진 통일부]
또 교량을 받치는 철제 거더의 내부가 변형되거나 잘린 곳도 있었다.
교각 역시 누수와 균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서홍천교는 부식된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했다.
터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내부 콘크리트가 부서져 있는 곳이 많았고,
물이 샌 흔적도 다수 확인됐다. 바닥의 배수 상태도 상당히 불량했다.
또 터널은 단면적이 작아 속도 향상이나 전철화를 할 때 제약이 우려될 정도였다.
철로 옆 전신주 역시 낡고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
동해선도 침목 썩고 레일 닳아
동해선 역시 경의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도 주변 석축에 균열이 갔고, 노후화도 눈에 띄었다.
교량은 염해로 인해 표면에 녹이 슬거나 손상된 경우가 많았다. 또 콘크리트가 파손되거나 부식되기도 했다.
터널도 경의선과 마찬가지로 배수 불량과 콘크리트 파손 등의 문제가 여럿 발견됐다.
원평 터널에선 유지보수를 했는지 널빤지로 벽을 덧대놓은 장면도 찍혀있다.
누수로 철로 주변이 얼어붙거나, 철도 중앙의 배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경우도 있었다.
ⓒ중앙일보 철로 중앙부의 배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동해선 말령터널 내부. [사진 통일부]
레일 상태 역시 문제가 많았다. 닳거나 패이고, 혹은 토막 낸 레일을 끼워 넣은 사례도 확인됐다.
침목 부패도 심했다.
다만 2013년 북·러 합작으로 개·보수한 라진~두만강 구간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평가됐다.
공동조사단은 보고서의 종합 의견에 ▶경의선, 동해선 모두 전반적으로 노후화 심각
▶전반적 운행속도 시속 30~50㎞(개성~사리원 구간은 시속 10~20㎞) ▶레일, 침목 등 궤도 부분 마모·파손 상당히 진행
▶교량, 터널은 정밀안전진단 필요라고 적었다.
또 북한 철도현대화 사업 전에 보완조사와 정밀안전진단 등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