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배우의 고백> - 1967
fabiano
흘러간 영화 그리고
9
1883
2006.02.07 23:13
1967년도 상영한 영화 - <어느 女俳優의 告白>
황정순 전창근 (어느 女俳優의 告白)
김수용의 <어느 여배우의 고백>
1967년, 85분, 컬러
감독 김수용
출연 김진규, 남정임, 한성, 허장강, 황정순, 전계현, 전창근
영화는 예술일까 오락일까?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최고의 문화상품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한 영화라는 매체를 과연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나 한국 땅에서 영화는, 영화를 한다는 것은 예술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영화를 하는 이들에게 개인적이면서 집단적인 고민이었던 듯 하다. 109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화계의 거장 김수용 감독의 '어느 여배우의 고백'(1967) 역시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영화인 듯 하다. 사실 이 영화는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한국영화 연구자들 사이에도 그리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60년대 한국영화로선 꽤나 특이한 색깔을 지닌 영화다.
김진규 |
좋은 배역을 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배우들, 제작비를 아끼려고 끊임없이 감독을 간섭하는 제작자, 한 순간에 스타가 되어 선배도 몰라보는 젊은 후배, 제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영화계에서 매장시켜 버리겠다고 대놓고 협박하는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은 그 살벌한 영화판을 '경멸'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마음고생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마침내 김진규는 은막의 스타가 된 딸 남정임과 마지막 촬영을 하고 촬영장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영화의 중반 이후 다소 신파로 바뀌어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영화 '어느 여배우의 고백'은 여전히 지금의 한국 영화계(혹은 문화계)에도 유효한 명제를 던져주고 있다. 영화 속 김진규의 대사처럼...
"제작자는 장사꾼이 아니오, 예술가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