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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시대 풍조와 <자유부인>

fabiano 4 1373  
1950년대의 시대 풍조와 <자유부인>
 무엇보다도 1950년대를 근본적으로 규정지은 사건은 한국전쟁일 것이다. 삼 년이 넘게 진행된 전쟁은 엄청난 물리적 피해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사회 자체나 대중들의 심리에 깊은 영향을 미친 상흔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에서 경험한 한계 상황과 전후의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물질주의’에 빠져들게 되면서, 한국인들은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빽’을 동원한 ‘사바사바’를 마다하지 않는 퇴폐와 부패의 경향이 급속도로 사회 전체에 번져나가게 된다. 더구나 전후의 원조 경제가 범람시킨 소비물자들과 미군들을 통해 유입된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은 미국이 상징하는 부와 물질문명에 대한 동경과 모방심리를 대중들 사이에 유행시키게 된다. 그 결과 1950년대 한국사회는 자본, 화폐, 상품 등에 대한 ‘경제적 물신주의’와, 직업여성, 유엔마담, 양공주, 빠걸 등의 새로운 여성 집단에 대한 ‘성적 물신주의’에 끊임없이 빠져들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소비주의에 매혹당하고 근대적 성애를 경험하면서 ‘근대적 물신’이자 ‘근대적 욕망의 주체’가 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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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논쟁과 선풍적 인기를 끌어낸 영화 <자유부인>(1956, 한형모)을 탄생시킨 시대 풍조가 바로 이러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자유부인>은 1950년대 후반의 시대 풍조에 대한 영화적 반영을 통해서 이 영화를 관람하던 당대의 여성 관객들에게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근대적 쾌락’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우선 이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댄스홀과 같은 대중문화적 공간은 이성 간의 자유로운 만남과 육체적인 접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유부인’으로 하여금 연하의 미혼 남성과 의 로맨스나 기혼 남성과의 불륜 관계를 포함하여 과감한 성적 유희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그녀는 화려한 상품물신의 세계인 양품점에 취직하면서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 그리고 가사 노동과 모성이라는 전통적인 제약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결과 그녀는 개인적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는 근대적인 자아이자 성적인 주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 영화가 당대의 여성 관객들에게 주었을 해방감의 많은 부분이 길거리, 다방, 댄스홀 등의 공간들을 옮겨다니면서 도시 문화와 소비 문화가 제공하는 쾌락을 마음껏 향유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면, 이 영화에 대해 지식인 남성들이 드러냈던 불만은 소비주의를 거쳐 성적 관계로까지 넓혀진 여성 주체의 자유가 미칠 전복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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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여성의 해방’보다는 해방된 여성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형식의 규제’에 좀 더 강조점을 두면서, 1950년대를 휩쓸었던 저속한 물질주의와 서구 문화의 무분별한 추종에 대한 비판을 ‘자유부인’에게 집중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화된 대중문화와 접촉하고 근대적인 성적 주체로 전환되는 ‘자유부인’을 지켜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여성적 쾌락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515008116762120.jpg    박암, 조미령

이러한 ‘자유부인’의 이미지는 이후에 만들어진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처와 애인> (김성민, 1957), <나는 너를 싫어한다>(권영순, 1957) 등이 불륜을 주제로 하여 기혼여성들의 달라진 윤리의식을 보여주었다면, <여성전선>(김기영, 1957), <황혼열차>(김기영, 1957), <산유화>(이용민, 1957) 등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여성상을 선보이게 된다. 따라서 아버지라는 ‘가부장’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는 1960년대 초의 가족 멜로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자유부인>을 비롯한 1950년대 후반의 여성 멜로드라마들은 기존의 관습을 거스르는 여성 주체의 적극적인 욕망과 위협적인 제스추어들을 더없이 풍부하게 아로새기는, 드문 영화사적 순간을 성취하고 있다.
 (주유신/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겸임교수)
4 Comments
방문자 2007.06.07 08:55  
예전에 대한일보에 연재된 "노변정담"이라는 글(60년대초반)도 화려 했었죠.
fabiano 2007.06.07 09:13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네요. ....난로가에 둘러앉아 구수한 이야기 보따리들이....
어여쁜 나 2017.04.20 15:57  
1950년대 당시 2~30대였던 자유부인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이미 저세상사람이 되었으니....!!!!
fabiano 2017.04.20 23:08  
그 시절, 20~`30대 분들께서도 아직까지 살아 계시는 분들이 많은 줄 아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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