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가설극장
fabiano
흘러간 영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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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8 07:26
으스름 땅거미가 질 때면 포장친 광목 텐트에 붙인 영화광고 포스터를 비추기 위해 임시로 가설한 전등불이 밝혀지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누이들은 저마다 하나씩 어린 동생들을 등에 업고 가설 천막 극장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볼거리가 거의 없었던 그 시절의 60년대 초, 심천에 가설극장이 들어 왔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청성 묘금리 메주골,쇠점골에 사는 동창 몇몇이 밤길에 몇십리를 걸어 오지만 정작 돈이 없어 입장은 못하고 돈받는 기도의 눈치를 보다가 가설극장(극장이랄것도 없는 포장만 치고 바닥은 가마니만 깔은 게 고작이지만...) 모퉁이를 돌아 낮은 포복 자세로 으슥한 포장밑으로 들어가다 경비에게 걸려 뒷통수에 몇차례의 꿀밤 세례를 받고 쫒겨나던 추억이 있었다. 어느 땐가 박노식, 장동휘, 엄앵란, 허장강, 황해등이 나오는 "두만강아 잘있거라"를 보았는데 화면에서는 비가 오고 확성기에서는 고막을 찢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감상(?)했고(그때는 그게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독립군이 기관총으로 일본군을 쏘아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때는 관객 모두가 열렬히 박수치던 생각이 납니다.
<두만강아 잘 있거라> : 1962년 개봉
감독 : 임권택
주연 : 김석훈, 문정숙, 엄앵란, 황해
조연 : 박노식, 장혁, 황정순, 이대엽, 허장강...
줄거리
임권택 감독의 첫 데뷔작으로 만주를 무대로 독립 운동을 소재로 하였다. 조국애에 불타는 애국학생들이 사랑하는 조국과 가정을 등지고 멀리 만주벌판을 근거지로 하고 일제에 항거하여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가설극장에서 상영한 그 시절의 포스터.
가설극장에서 상영한 그 시절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