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어둠속에 피어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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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 피어난 꿈

fabiano 4 1111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집안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가루를 뒤집어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엔 앞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가을에 입던 홑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책 살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고 질척이는 시장바닥의 좌판에 돌아앉아 김치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들고 계셨던 것이다.
bg008.gif


그날 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가엾은 내 엄마를 위해서….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 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형은 불행히도 중증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는다.
그런 형을 생각하며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뒤 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에 합격하던 날, 나는 합격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달려갔다.

나는 가만히 엄마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엄마의 작고 야윈 어깨를 힘껏 껴안았다.
“엄마…, 엄마… 나 합격했어!" 나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고 계셨다.

그리고 형은 자신이 끌고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주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때 나는 시퍼렇게 얼어있던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는데, 늘 술에 취해있던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들 앞에서 엄마를 때렸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겨울비가 내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서 한장만 달랑 남긴 채 끝내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이제 내게 남은 건 굽이굽이 고개 넘어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내 아버지를 용서하고, 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꽃등처럼 환히 나를 깨워준 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온종일 형을 도와 과일상자를 나르고 밤이 되어서야 일을 마쳤다.

그리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앙드레 말로의 말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from  Ydnews.co.kr
 
4 Comments
daeyk 2009.09.09 15:33  
콧등이 찡 합니다...
fabiano 2009.09.09 16:53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요.
with 2009.09.10 09:10  
가족이 주는 용기로 살아가는군요.주변에 가끔 저와 비슷한 삶은 사는 분들이 있었는데...요즘 아이들 모르겠죠?
fabiano 2009.09.10 18:40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인간들은 곧잘 실망이나 절망에 빠지지요. 이러한 것이 진정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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