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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나도 내 딸을 몰랐었어"

fabiano 0 1127  
2008011501228_0.jpg[줌마병법]

동서, 잘 지내? 이제 잠은 좀 자는 거야?

지난 연말 만났을 때 수진이 얘기 하며 힘들어하던 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려 메일부터 보내. 손윗동서라는 사람이 명색이 청소년 상담사인데 즉석에서 속 시원한 해법을 주지 못했으니 실망했을 거야, 그치?

그런데 동서, 내가 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겠어. 올해 중3 되는 우리 딸 주영이 말이야. 그 녀석이 지난 한 달간 어찌나 지독하게 성장통을 앓는지, 나야말로 내 코가 석 자였어. 하루는 아침밥 먹고도 학교 갈 생각을 안 하기에 "늦지 않았니?" 하니까 "내가 학교를 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하면서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휴대폰으로 학교 가는 아이를 도로 불러들였겠지. 그런데 10여 분 침묵시위를 하던 아이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와. "다른 집 애들 고민은 허벌나게 잘도 들어주고 다니면서 정작 자기 딸은 요즘 뭣 때문에 힘든지, 왜 죽고 싶은지 모르잖아?" 그러더니 눈물을 펑펑 쏟는 거야.

난감했지. 나만큼 딸애를 잘 아는 엄마는 없을 거라 자부했고, 내가 하는 일을 주영이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믿어왔으니까. 그러고 보니 울고 있는 아이의 머리 스타일이 살짝 바뀌어 있더라구. 워낙 내성적이어서 앞머리를 이마 위로 넘기는 법이 없는 앤데, 실핀 2개로 앞머리를 밀어 넘긴데다 굵은 웨이브까지 넣은 거야. 순간 가슴이 철렁했어. 상담 부모들에겐 아이의 머리 모양, 옷차림의 변화까지 꼼꼼히 살피라고 당부하면서 나는 정작 딸애가 '나를 봐 달라'며 보내온 신호를 몰랐던 거지.

동서, '내가 내 아이를 가장 잘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착각이자 비극이란 거 알아? 자식은 나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인격체이더라구.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듯 하지만, 실제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건성건성 골라 듣는 것인지도 몰라.

수진이에게 한번 물어봐. 너는 언제가 가장 행복하고, 언제가 가장 속상한지. '내 딸은 이럴 것이다' 미뤄 짐작하지 말고 확인해보라는 뜻이야.

착실하고 반듯했던 수진이가 돌연 자퇴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윽박지르지만 말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보자구. 한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자퇴는 새로운 출발일 수도 있으니까. 동시에 아이에 대한 욕심을 우리 함께 한 줌씩 내려놓는 건 어때? 내려놓는 만큼 아이는 날개를 달게 될 테니….

여하튼 이번 설날엔 웃으면서 만나게 되길. 고집불통 권씨 형제들 지난 추석엔 송편 빚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번엔 설거지에 동참시키는 전략을 짜볼까?^^ 수진이는 내가 연락해서 따로 만나볼게. 때로는 제삼자의 처방이 효험을 발휘하지.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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