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해장국과 친구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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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13:07
참으로 오랫만에 선지 해장국과 소주 한잔했다.
질곡의 그 시절엔 자주 먹었던 선지 해장국.
세월이 흘러 먹고 살 만하게 된 요즘엔 이 해장국을 하는 곳이 별로 없다.
가끔, 얼큰한 선지 해장국과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것은 죽기 전 날까지도
이 선지 해장국과 술 마시던 친구녀석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녀석이 저 세상으로 간 지도 어언 다섯 해인가, 여섯 해가 되는데
장날 볼 일 보고 장터 골목 길을 지나는데 얼핏 보이는 친구녀석의
뒷 모습이 눈에 익어 보니 선지 해장국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정말 오랫만에 만난 터라, 반갑게 손을 잡는 녀석과의 대작이었는데
젊어서부터 말술이어서 마신 소주병이 금새 서너 병이다.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에 짧은 겨울 해가 어둠을 재촉한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내미는 녀석의 악수가 유난히도 억세다.
이틀 후, 녀석의 부음이 들린다.
전혀 내색을 않았던 녀석이 말기암이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