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알 싫어!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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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23:50
난, 새알 싫어!
해마다, 마나님이 알아서 팥죽을 쑤어서 먹는데 올해는 닷새 전에 동지니까, 팥죽을 쑤어 먹자고 해서
생각없이 그러자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앞집에서 팥죽 한 그릇을 가져왔다.
에그머니, 날짜를 잘못 알고 우리는 닷새 전에 팥죽을 쑤어 먹었네.
카페에 보니 <촌바우>님의 세시(歲時) 투정이 재미있어 퍼왔다.
****난 새알 싫어!
-촌바우의 歲時 투정 2016.12.21. 16:04
삶은 팥을 잘 으깨어 채에 받혀 만든 빠알간 팥물에
온 가족 둘러 앉아 찹쌀가루를 잘 섞이게 주무르고
한 입에 딱 맞게 동굴동굴 비벼 만든 새하얀 새알!
입에 떠 넣으면 달짝지근한 팥맛 속에서
구수한 냄새와 함께 이빨에 와 닿던 새알의 탄력!
옛날...어릴 때...
나이에 맞게 먹어야한다며...놀리듯 몇 알만 넣어주던 새알!
아버지 그릇에는 수북히 들어 있는데
내 그릇엔 열 개 미만...
배불리 먹지 못했던 그 시절!
하얀 쌀밥은 꿈도 못꾸던 그 시절.
더우기 값비싼 찹쌀의 하얀 가루로 빚은...!
한 개라도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과
한 살이이라도 빨리 더 먹고 싶다는 욕망과 겹쳐
몰래 훔쳐 먹다가 엄마한테 꿀밤을 수도 없이 맞았었지만
꿀밤 한 대에 새알 한 개하고 바꿔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하고 싶었던...
그 새알!
근데...이젠 싫어!
68개를 먹어야한다니...
내 위장의 능력은 10개도 다 못먹어낼텐데...
아침 밥상에 올라온 팥죽 속의 새알...
우리 마느님... 8 개만 넣었더라!
현명한 우리 마느님! ㅎㅎㅎㅎㅎ....!
한 개를 덜어 마느님께 대접(?)한다.
그럼 너하고 나하고 동갑이가...?
오늘 팥죽 못먹은 사람들 주라고 ‘팥죽 좀 갖다 줄래요?’하고 묻는다... “노땡큐!”
요즘 차(車)를 안가지고 다니니...손에 들고 가기 귀찮아서이다.
그래도 마음 써주는 우리 마느님!
쓰릉해요!
우리 조상님들의 가르침대로 다 했더라면...
내가 이제까지 먹어야했던 새알의 숫자는 몇 개나 될까?
1+2+3+..30+31+.....64+65+66+67+...
거기다 이번 동지의 새알 68개?
그 합산 공식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첫 숫자와 끝 숫자, 그리고 그 다음 숫자와 끝에서 두 번째 숫자,
더하면 같은 값이다.
1+10=11
2+ 9=11
5개가 되니 11x5 = 55...
이게 1에서 10까지 연속 숫자의 합이다.
그 다음...귀찮다.
동료 직원이 계산해준다.
“2,546개입니다.”
맞나?...무지 마이 먹었구먼!
동지를 맞은 촌바우의 투정어린 감회다.
-촌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