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함의 삶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우는
가지산 신불산 자락에 백년설 같은
하얀 눈이 산봉우리 가득 쌓여 있다.
가끔씩 시간이 허락되는 날에 한번씩 오르는 등산길이
사뭇 즐겁고 벅찬 감동은 소시적 어린날에
밤잠을 설치며 소풍을 기다리던 그런 기분인 것이다.
촬영 기술도 별로 없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은
자연에 아름다움에 흠뻑 도취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들에 모습을 한장 한장 담아 두는 사진에 모습에 또 나는
그렇게 틈나는 시간에 촬영하기 위해 산과 바다를
떠나는 것이다.
오늘은 어느 사찰 주변을 서성이다 뜻밖에 무엇인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고 주시하자 몰꼴이 차마 보기도 측은한
오소리인지 너구리인지 잘 알 수 없는 모습에 동물을 보았다.
너무도 당황 되었고 카메라를 미쳐 준비하지 못한 탓에
놓칠까 두려 웠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
하지만 내 손에 쥐어 있지 않은 카메라.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귀한 풍경...
거기에 카메라로 담기 힘들 정도에 처절한 몰꼴...
안된다 놓쳐서는 안된다.
한걸음 두걸음 뒷 걸음으로 조심조심 소리 없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그를 따 돌려 놓고 그리멀지 않은 차량 트렁크 속의 카메라를 향했다.
무엇인가 먹이를 찾는 것 같은데...
처음 발견한 곳으로 부터 십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있었다.
다행히 인기척을 따돌릴 장애물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촬영이다.
숨죽이고 조심스럽게 하였지만 망원랜즈르르 당겨 실물을 확인하니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험스런 모습으로 늙어 있는 모습...
대체 저녀석은 세월을 얼마나 살았기에 저렇게 온 몸에 털이 벗겨져 있는 것일까??
머리와 엉덩이, 뒷다리 부분에만 털이 있을 뿐이다.
사찰에서 버렸을 듯한 과일 껍질 그리고 음식찌꺼기 틈에 주둥이를 밖고
열심히 식사 중이었다.
오소리나 너구리는 야생이기에 그 들은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늙고 쇠퇴한 몸으로 스스로 사냥을 하기엔 너무 힘이 들었는지
낮에 한적한 사찰 주변으로 내려와 걸음으로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낌새를 느꼈슴인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좋은 모습으로 촬영을 할 수는 없었지만 몇 장에 기괴한 모습을 남겨 놓고 사라진
모습에 자꾸 마음이 아려 온다.
모른체 그냥 둘 것을 촬영한다고 너무 가까이 접근한 탓에 애꿎게 남의 식사를
망쳐 놓은 것이다. 하지만 한적한 곳이고 또 그 곳엔 분면 먹이가 될 수 있는 것을 분명
사찰에서 버릴테니 또 찾아 올 것이다.
다음엔 과일 몇 개라도 그 주위에 던져 놓을까 싶다. 괜히 마음이 착잡해진다.
내 삶에 말로가 이런것과 또 무엇이 다를까...
내가 오늘 너의 식사를 방해 했다면 미안하다. 오래 오래 살기를...
출처 <후배동문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