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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헬리콥터 부모’ 자녀가 곪는다

fabiano 1 1309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자녀가 다 자란 뒤에도 주변을 맴돌면서 간섭을 멈추지 않는 부모를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에는 대학에서 수강과목을 골라주고, 교수와의 상담에 끼어드는가 하면, 좋은 룸메이트를 배정해 달라고 로비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 부모는 심지어 자녀가 입사한 기업과의 연봉협상까지 나서고 있다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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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는 새롭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얘기다. 이 땅의 부모들 중에도 ‘헬기부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혹시 헬기부모가 아닐까. 교육 과잉의 한국에서 펼쳐지는 헬기부모 현상을 짚어보고, 그 치유법을 알아본다.


#아들의 신혼 첫날밤도 관리하는 헬기 부모들

대학입학과 동시에 끝나던 치맛바람이 이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학부제 대학 입학후 학과를 선택하는 학과설명회는 아예 반 이상이 부모들이다. 취업설명회에서도 자녀 손을 잡고 온 부모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ㅅ대 교수 김모씨(35)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자 지난 학기에 겪은 악몽이 떠올랐다. “우리 애 성적이 왜 이래요?” “성적 산출 근거가 뭔가요?” 난데없는 중년여성들의 항의에 기가 막혀 동료교수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는 약과란다. 직접 찾아와 항의하거나 리포트를 대신 들고 오는 부모도 있다는 것이다. 한 공대교수는 학생을 공장실습에 보낸 뒤 “우리 애를 왜 위험한 데 보내느냐”는 항의까지 받았다며 허탈해했다.

대학공부나 취업에서는 물론 결혼과 이혼과정에도 부모의 입김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유명 대학원 MBA 출신의 잘 나가는 남편과 결혼했던 최모씨(34)는 이내 파경을 맞았다. 신혼 첫날 남편과 얘기했던 내밀한 얘기가 시어머니에게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앞날이 캄캄하다고 판단, 주저없이 이혼을 결심했다.

60대 초반 주부 김모씨는 ‘헬리콥터 부모’의 전형이다. 장성한 3남매는 늘 김씨에 의해 조종돼 왔다. 큰아들을 자신이 결정하여 결혼시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이혼시켰다. 의사를 만들기 위해 재수와 삼수를 시킨 자녀들은 모두 자신의 적성과 다른 일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3남매는 재력 있는 어머니 그늘에서 별 문제를 못느끼면서 살고 있다.

#부모의 우산 속에 숨어버린 헬기 키즈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가 필요하다면 슈퍼맨이나 베트맨을 자처한다. 한 어학연수 전문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응답자 가운데 16%만이 ‘어학연수 비용을 본인이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25%가 1천만원이 넘는 연수경비를 부모님이 마련해 주실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는 30, 40대 10가구 중 1가구 정도가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도 부모와 동거하는 20~34세 독신자(기생독신자) 수를 2000년 말 기준으로 4백6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연구를 담당한 이지평 연구원은 기생독신자를 ‘부모와 동거하면서 주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거의 공짜로 이용하되, 자기가 번 돈은 유흥비 등에 쓰는 젊은이’로 정의했다.

강남의 젊은층들 사이에는 골치 아픈 직장을 포기하고 머더 앤 파더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는 ‘M&F 펀드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부모의 도움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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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열린 합동입시설명회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수험생과 학부모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부모와 자녀간의 유별난 밀착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수가 줄고, 부모학력이 고학력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풍족해진 시간과 돈을 한두명인 자녀에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

사실 요즘 아이들은 저마다 가정에서 왕자와 공주로 키워지고 있다.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이성미씨는 일부러 실내화 빨기며 자기방 청소, 효도 일기 쓰기 숙제를 자주 내준다. 이교사는 “준비물을 안 가져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태연히 ‘엄마가 안 챙겨줘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부모의 정신적인 미성숙함도 과잉밀착의 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아이들이 두돌만 돼도 독립심이 생기는데 부모들이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며 아이를 크지 못하게 한다. 그 기저에는 의존적인 아이를 보며 즐기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헬기 부모·헬기 키즈는 행복할까

이런 ‘풍족한’ 관심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할까.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의 역할이 대학입시까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자녀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역경지수’가 높았다. 부모가 짜준 틀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온 헬기 키즈들의 역경지수가 높을 리 없다.

신철희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신철희 소장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가르치지 않아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만든다”며 “이러한 아이들은 대인생활, 학교생활에 불만이나 트러블도 많고 행복도가 낮다”고 말한다. 특히 부모가 경제적으로 노후준비가 안됐을 때, 헬리콥터 키즈들은 자신의 불만만을 앞세우기에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늘 세트로 다니는 ‘캡슐모자(母子)’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헬기부모, 캡슐모자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내가 혹시 헬리콥터 부모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보자.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Comments
fabiano 2006.06.21 19:01  
부모들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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