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지팡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간 동네 후배가 어느덧 여섯 해에 접어 드는데 우리 동네에 살고
계시는 그의 부모님께서는 올해 구십 중반의 연세로 아직도 건강하게 지내시는데 그동안
메일이 오면 인쇄하여 드렸고 사진파일도 역시 멋지게 뽑아서 드렸다.
작년 가을에 밭 한켠에 심은 명아주 채취작업을 하시기에 농담삼아 명아주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주십사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대답하시는 것이다.
어제 어디를 다녀왔더니 없는 새에 명아주지팡이를 하나 놓고 가셨다.
이것 참, ..... 구순의 아버지께서 자식놈에게 지팡이를 만들어 주신 격이어서 당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미안하고 송구스런 마음이다.
아직 별달리 편찮으신 곳이 없으니 그저 오래 사시라는 말만 되뇌인다.
여담(餘談)
청려장(靑藜杖 명아주 藜, 지팡이 杖 )
봄에 명아주를 거름주고 물주고 가지를 잘 다듬고 실하게 가꾼다.
약 2m 정도 자라는데 늦가을에 뿌리째 캐서 잘 다듬은 후, 큰 솥에 약 3시간 정도 삶아서
단단하게 만든 뒤, 껍질을 벗긴다.
손잡이는 지팡이를 쥐었을 때 지압효과가 나도록 둥글게 깎아낸다.
사포로 매끈하게 잘 다듬은 후, 불에 그슬려 무늬를 넣고 들기름도 바르고 니스칠을 하면
멋진 지팡이가 되는데 지팡이 끝은 알미늄판이나 금속판을 박아 사용하면 좋다.
명아주지팡이는 청려장(靑藜杖)이라고 하는데 중국 명나라의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명아주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않는다"는 기록이 있는데 예로 부터 長壽를
상징하여 통일신라시대부터 애용되었다고 한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께서 사용했던 청려장(靑藜杖)이 지금도 남아있고
2000년도에 안동을 방문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청려장(靑藜杖)을 선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