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에서 한라로 우리는 하나의 겨레. 헤어져서 몇 해냐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9일 오후 경북 고령읍 종합시장에 마련된 대가야 축제 특설무대에 오른 평양민속예술단이 앵콜송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로 시작한 공연에서 ‘물동이 춤’…소해금 연주…가야금병창 등의 북한전통공연이 이어지자 객석을 메운 관객들이 어깨춤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 | | 탈북자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원들이 9일 경북 고령에서 열린 대가야축제에 참가해 북한 전통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단체는 북에서 공연 활동을 하던 예술인들이 2002년 만든 단체로 지금까지 530여 회에 걸쳐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 | | | 이날 공연은 지난 2002년 5월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지방순회공연을 시작으로 6년째 이어져 온 이들의 5백30번째 무대였다.
평양민속예술단은 청년예술단, 선전대, 함경북도예술단 등 북한 예술단체에서 활약하던 탈북예술인 30여 명이 지난 2002년 5월 만들었다.
예술단의 최고참으로 북한에서 30년 넘게 무대에 섰던 가수 김병수(68)씨는 “남북 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메우고,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흔을 내다보는 나이지만 김씨의 예술에 대한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지난 2004년에는 경남 진주에서 열린 남인수 가요제에 참가해 최우수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나이도 무색하게 예술단과 함께 전국각지를 돌며 구수한 노래를 남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김씨는 “공연을 할 때마다 한 살씩 젊어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 | 예술단원들이 북한전통 민속무용인 물동이 춤을 선보이고 있다. 최승식 기자 | | 예술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원은 막내 조미영(23)씨다. 고운 얼굴뿐만 아니라 연주 솜씨도 일품이어서 단연 인기다. 서울예술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씨는 북한에서 아코디언을 배웠다. 북한에서 도립예술단에서도 활동했다는 조씨는“아코디언과 건반악기 등을 계속 연주하고 싶다”며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이론부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와 공연을 병행하지만 힘들지 않다”며 “통일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평양민속예술단은 단독공연과 함께 남원국악단을 비롯한 한국 공연단체와도 함께 교류하며 합동공연도 하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공주시 통일관 준공식에서 실향민들을 위한 공연을 마친 후 바로 이곳 고령으로 달려왔다.
이날 오후 예술단은 잠시도 쉴 틈 없이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7일 전남 진도에서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서 탈북여배우 김혜영씨와 합동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또 어버이 날(5월 8일)에는 서울 구기동의 이북 5도청에서 지역주민과 실향민들을 위한 자선공연 등 올 한 해만도 80여 차례의 공연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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