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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주한 미 첫 여성 대사 내정자 스티븐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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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지명자에게 33년 전 영어를 배웠던 백원규 예산중 교사가 당시 스티븐스의 얼굴(맨 아래 오른쪽)이 실린 앨범을 보고 있다. 아래 사진은 당시 스티븐스의 공무원 인사 기록 카드. [대전일보 제공]
‘1975년 3월 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 예산중학교. 제법 봄기운을 실은 햇살을 받으며 20대 초반 앳된 벽안(碧眼)의 미국인 여성이 교정에 들어섰다. 학년당 7개 반씩, 전교생 1500명이 공부하는 목조 교사(校舍) 창문마다 일제히 빡빡머리 아이들이 매달렸다. 학생 대부분이 서양인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여성은 한 교실에 들어서 교단에 섰다. 한국에 오기 전에 배운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한 뒤 그녀는 칠판에 ‘심은경’이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자신의 한국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여성으로서는 사상 첫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된 캐슬린 스티븐스(55)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선임고문이 한국과 맺은 인연의 첫 장면이다. 스티븐스의 부임 첫해 3학년으로 그에게서 영어수업을 들었던 ‘제자’ 백원규(48·영어) 예산중 교사는 28일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스티븐스는 대사로 지명된 뒤 “70년대 중반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한국과는 각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미국이 파견한 평화봉사단은 주로 농촌에 한 명씩 배치돼 교육·기술지도 활동을 했다. 스티븐스는 2년간 이 시골학교에서 하루에 두세 시간씩 영어를 가르쳤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을 찾은 미국인 처녀가 현지 학생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서양사람이 신기해 주변을 맴돌던 학생들은 막상 이 미국 선생님이 자신에게 말을 걸면 얼굴이 빨개진 채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시골 학교 생활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려던 이방인의 노력은 계속됐다. 항상 온화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다가가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백 교사의 회상이다.

그는 또 “선생님은 학생들이 태권도를 연습하면 지켜보다 직접 배워보겠다며 체육관을 찾기도 했다”며 “수업이 끝나면 동료 선생님들과 테니스를 같이 치면서 친분을 다졌다”고 전했다.

스티븐스에게서 영어를 배웠던 학생들은 이제 중년이 됐다. 백 교사 외에 김창호(48·과학), 천세형(47·체육), 박찬일(46·과학) 교사가 현재 예산중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천세형 교사는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됐다는 보도를 보고 행여나 싶어 앨범을 찾아봤는데 그분이 맞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선생님의 활동을 생각하면 대사 일도 잘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기에 ‘키가 커 천장에 닿을 것만 같은 여선생님’은 학교 주변에서 홀로 자취 생활을 했다고 제자들은 기억했다. 옆집에 사는 두 살 위의 ‘이순호’라는 여선생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휴일이나 방학 때는 부여·홍성·공주 등 인근 마을을 함께 돌아다녔다. 한국을 좀 더 이해해 보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과학교사였다가 퇴직한 신성현(65)씨는 “우리 막내아들 돌잔치 때 찾아와 떡을 먹고 즐거워하는 등 마을 주민들과도 곧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을 때 서툴렀던 한국말은 2년 뒤 곧잘 구사할 정도가 됐다.

예산중의 76, 77년 졸업생 앨범에는 스티븐스의 당시 앳된 얼굴이 실려 있다. 이 학교 교무실에는 스티븐스가 부임하면서 작성한 ‘공무원 인사기록 카드’도 남아 있다. 다른 선생님이 대신 작성해 준 듯한 이 카드에는 ‘성명 심은경, 본관 Arizona’라고 적혀 있었다.

이 학교 박종완 교장은 “스티븐스가 대사로 정식 부임하면 꼭 초대해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차기 주한 미 대사로 공식 지명된 스티븐스는 의회 청문회를 거쳐 상반기 중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예산=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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