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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밝혀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암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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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30년 만에 밝혀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암살 사건'
  • 문갑식 기획취재부장

입력 : 2009.06.27 03:13 / 수정 : 2009.06.27 10:38


1967년 7월 8일 '북괴대남적화공작단사건(동백림사건)'을 발표하고 있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손에 증거물을 들고 있다. 1... /조선일보
 

김형욱은 분쇄기 속으로… 그 분쇄기 뒤엔 킬러가
조씨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박 前 대통령 "뭐, 그럴 것 없어"


 

1979년 10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金炯旭) 전 중앙정보부장이 이중(二重) 스파이 출신의 프로페셔널 킬러에게 암살당한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이 사실은 김경재(金景梓) 전 민주당 의원이 7월 초 발간할 책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인물과 사상)에 수록돼있다.

이 책은 200자 원고지 1300장 분량이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박사월(朴思越)이란 필명으로 전 3권의 김형욱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의 책에 따르면 암살범은 조모씨다. 그의 일본명은 구로이 다카기리(黑井身切)이며 여권에는 김승(金勝)이란 가명을 썼다.

김 전 의원의 책에서 조씨가 밝힌 암살 정황에 따르면, 암살 실행조는 2명이었고 이들은 중정(中情·국가정보원의 전신) 요원 3명의 도움을 받았다. 납치 직전까지 파리의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에서 도박 중이던 김형욱은 중정 요원들로부터 한국 여성이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한 중정 요원은 김형욱에게 "부장님, 저쪽 차에서 여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차(캐딜락)를 타고 따라가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했다. 김형욱은 의심하지 않고 캐딜락에 오르자마자 조씨에게 목이 꺾여 실신했다. 조씨는 김형욱의 혁대, 지갑 등 소지품을 빼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미국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발언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1979년 10월 7일 그가 암살된 후, 이 사건은 30년 동안 미궁에 빠져 있었다. 김형욱 회고록을 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마침내 킬러의 신원과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1966년 10월 필리핀 방문 당시 박정희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 조선일보 DB


암살조는 파리에서 서북부 방향으로 4㎞ 떨어진 양계장에 도착한 뒤 김형욱을 닭 사료용 분쇄기에 넣어 처리했다. 현장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에 파견돼 훈련을 받고 있던 청와대 경호실 직원 '곽씨'가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조씨의 증언을 3년간 확인해 김형욱 사망 30주년을 맞아 출간했다"며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암살은 차지철(車智澈)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원회가 밝힌 조사 결과는 상당부분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책을 요약한 것이다.

1979년 10월 7일

김형욱은 파리 중심부 카지노에서 중정 요원을 만났다. 중정은 김형욱이 미국으로 망명한 뒤 프랑스로 올 때까지 계속 그를 관리하고 있었다. 김형욱은 아무 의심 없이 중정 요원이 문을 열어준 두 번째 캐딜락 승용차에 탑승했다. 그 순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조씨가 김형욱의 목을 꺾었다.

합기도, 태권도 등 무술 합계가 20단이 넘는 그의 완력 앞에 김형욱은 무력했다. 순간 "우두득!"하며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김형욱은 정신을 잃었다. 조씨는 김 전 부장의 몸에서 혁대, 지갑 등 소지품을 꺼냈다. 신원을 감추기 위한 조치였다.

양계장의 관리인은 알제리 출신 노인이었다고 한다. 조씨와 한 조였던 곽모씨는 전날 닭을 구입하는 척하며 노인과 안면을 텄다. 암살 당일, 곽씨는 노인에게 술을 사준 뒤 취해 잠들게 했다. 김 전 의원은 "앙계장에 개가 있었지만 곽씨가 약을 먹여 잠들게 했다"고 했다.

조씨와 곽씨는 김형욱을 암살한 후 곧바로 자신들이 묵던 허름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 뒤 스페인 쪽으로 빠져나왔다. 김 전 의원은 "수년 전 MBC PD수첩팀이 문제의 양계장을 취재했지만 당시 광우병의 여파로 닭 사료용 분쇄기가 치워진 상태여서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형욱이 아무 의심 없이 따라 나올 만큼 푹 빠졌던 미모의 한국여성은 누굴까. 항간에는 이국적인 마스크로 뭇 남성을 설레게 했던 유명 여배우와 가수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김 전 의원은 "그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만 책에는 쓰지 않았다"고 했다.

프랑스 잠입과 탈출 루트

암살 주역인 조씨의 프랑스 잠입과 탈출 행적은 웬만한 스파이 영화를 뺨칠 정도다. 김 전 의원이 조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조씨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뒤 도쿄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行) 비행기를 탔다.

조씨는 그곳에서 다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항(港)까지 간 뒤 동원수산 선적(船籍)의 '씨월드'호(號)를 탔다. 씨월드호는 곡물과 목재 수송을 하는 화물선이라고 한다. 그는 이 배로 벨기에의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에 도착했다. 거기서 승용차를 이용해 10월 1일 프랑스 파리로 잠입했다.

10월 7일 김형욱을 암살한 후 그는 곧바로 스페인 국경까지 갔다. 거기서 1주일간 도보(徒步)로 피레네 산맥을 주파한 뒤 스페인~지브롤터 해협을 거쳐 모로코까지 갔다. 자신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씨월드호를 타기 위해서였다.

조씨는 잠입 루트의 역순(逆順)으로 하이파항~텔아비브~도쿄 코스를 되짚어 귀환했다. 김 전 의원은 조씨에 대해 "대단한 완력의 소유자이며 지금도 한번에 300회 이상 푸시 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힘과 민첩함, 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책 발간 후 기자회견을 열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 /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조씨는 누구?

조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의 한 사립대 사학과를 나왔다. 그의 아버지는 어릴 적 일본으로 밀항했으며 교토(京都)에서 조총련 고위 간부를 지내고 있었다. 조씨는 한일회담 반대로 촉발된 6·3사태로 데모를 할 때 동아일보가 발간하는 신동아 화보에 크게 사진이 찍혔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사진이 매우 상징적인 것이라고 했다. 즉 데모에 참가하고 있던 조씨를 경찰이 연행하려는 순간, 주변에 있던 할머니가 조씨를 붙잡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당시 정권에 대한 민심(民心)을 잘 보여주는 사진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조씨의 아버지는 신동아에 실린 그 사진을 우연히 일본에서 보고 자기 아내와 조씨, 딸을 일본으로 밀항시켰다. 조씨는 이후 북한으로 가 대남공작 총책 김중린을 만났다. 조씨에 따르면 대남공작 총책 김중린은 자신과 '의형제를 맺자'고 했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이후 김일성(金日成) 전 주석도 면담했다. 북한에서 각종 훈련과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다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귀환했으나 우연한 사건으로 신분이 드러났다. 거리에서 한국인 여성을 희롱하는 일본 건달과 싸우다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암살 지시 내리지 않았다!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불법체류자임이 발각돼 한국으로 추방당한 조씨를 김포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정 요원들이었다. 그는 중정으로 끌려가 북한에서 "박지만 납치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향 선언 뒤에도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다 북파공작대 요원이 됐다.

북한에서 밀봉교육을 받고 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志晩)씨 납치 임무를 맡았던 조씨는 중정의 회유로 전향했다. 조씨는 1971년 청와대에서 처음 만난 박 대통령으로부터 "자네가 내 아들을 살렸다"는 격려를 들었다.

1979년 박 전 대통령은 조씨를 다시 불러 술을 함께 마셨다. 이 자리에서 조씨가 "김형욱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은 "뭐, 그럴 것 없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항간에 나돌던 박 전 대통령 암살 지시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씨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위험한 발언을 하는 김형욱 전 부장에 대해 "내가 믿었던 이놈이 나쁜 놈이로구나"라는 말을 했지만 구체적인 암살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암살 동기에 대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해 '신념에 따른 암살'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의원은 김 전 부장 암살 지시의 주역이 차지철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이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에 파견돼 훈련을 받고 있던 한국의 요원이 조씨와 합류했는데 당시 모사드와 훈련 협정을 맺은 것은 중정이 아니라 경호실이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중정은 당시 김형욱이 미국 하원에서 한 일련의 발언들을 제지하지 못해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며 "차 전 실장이 이 일을 계기로 확고한 2인자로 발돋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왜 폭로를 결심했나?

조씨가 김 전 부장 암살의 진상을 밝히기로 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북파 공작원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이 낮아진 데 따른 불만 때문이다. 조씨가 이런 불만을 토로하고 다니자 의문의 사건이 잇따랐다.

DJ정권 중반이 넘어갈 즈음,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근처에서 조씨는 승용차에 치였는데 운전자가 전 중정 요원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노무현 정권 당시 국정원장은 조씨가 가짜라던 입장에서 돌변해 조씨에게 거액의 정착자금과 함께 고급 시계도 선물했다고 김 전 의원은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원회가 밝힌 조사 내용도 의혹에 가득찬 것이라 주장했다. 당시 진실위는 김형욱 암살은 중정이 프랑스 중정 책임자 이상열 주불(駐佛)공사에게 지시했으며, 이 공사가 파리에서 어학 연수 중이던 신현진·이만수(이상 가명)씨를 '살해 실행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진실위에 따르면 신·이씨는 동구권 출신의 제3국인 두 명을 끌어들여 소음(消音)권총으로 김 전 부장을 살해했다. 하지만 정작 살해 실행조로 지목된 신씨가 시체 유기장소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의문이 제기됐다. 핵심인물인 이상열 공사는 당시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중정 소속인 이 공사와 신·이씨는 지원을 맡았을 뿐이고 동구권 출신이라는 2명이 바로 조씨와 곽씨였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조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와 직선 거리 4㎞쯤에 있으며 책 발간 전까지는 모습을 안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욱은 누구?

김씨는 1925년 1월 16일생으로 고향은 황해도 신천이다. 1948년 육사 8기로 입학했으며 1961년 5·16 때 중령의 신분으로 쿠데타에 참가했다.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최고위원이 됐고 1963년 7월 중앙정보부장이 됐다.

김씨는 3선 개헌 등의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을 가차없이 처리해 원성을 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만섭(李萬燮) 의원의 해임건의를 받고 1969년 10월 20일 그를 해임했다.

김씨는 공화당 의원으로 활동했지만 1972년 10월 17일 유신(維新) 선포 후 의원직을 상실하자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1973년 4월 15일 미국으로 망명했다.

김씨는 1977년 '코리아게이트'사건이 터지자 미국 하원의 프레이저 청문회에 나가 유신정권의 비화를 폭로했다. 김씨가 프랑스로 간 것은 1979년 중앙정보부 해외담당 차장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재는 누구?

전남 순천생으로 1942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사상계에서 일하다 15년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귀국해 14·15대 의원을 지냈다. 그가 '박사월'이라는 필명으로 낸 김형욱 회고록은 당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수십종의 해적판이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1980~89년에 발간된 책을 대상으로 한 '10년간의 명저' 조사에서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 도종환의 시집 '접시꽃 당신'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그는 현재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집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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