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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선동과 군중심리에 휩쓸린 대한민국

fabiano 0 1261  

작성자 1515082575513642.gif 이현오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는 지 원". 하늘에 떠오른 에드벌룬으로 눈길을 향하는 참전 노병의 눈가엔 해방과 6·25한국전쟁, 60, 70년대 배고픔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등 온갖 풍상을 겪어온 사회 원로로서의 담대함보다는 마치 물가에 노는 어린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 마냥 위태위태한 조국 대한민국의 안위가 가슴 언저리를 꽉 짓누르고 있어 보였다. 어찌 그 분의 눈매만이 그렇게 보였으랴! 어쩌면 최근 우리사회를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의 중심지 밤거리는 촛불로 불야성을 이룬 채 또 다른 새벽을 열고 있다. 벌써 오늘로서 한달 열흘이 되고 있는 시점이다. 젊은이든 나이든 분이든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데는 별반 다름이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유하고 접근하는 시각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6월10일. 이 날은 전두환 전 정권에 대응해 소위 민주화운동에 불을 댕긴 6·10항쟁 2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후 4시 10분, 서울 시청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인도에는 대거 사람의 이동행렬이 시작되고 있었다. 손에는 ''공공의 적'' ''안돼 미친 소 미친 교육'' 이라 적힌 사각형 피켓을 든 교복 입은 여학생과 젊은이, 4, 50대 등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친다.

이 날 오후 2시 한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내려다 본 세종호텔 앞 세종로 한 가운데는 대형 컨테이너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1백만 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시위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의 고육책일 것이다.

이번에는 시청 앞 서울광장. 지하철 5번출구 입구부터 사람의 인파가 흘러 넘쳤다.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가 법질서 회복과 한미 FTA 비준촉구를 위해 국민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장 외곽은 한마디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곳곳에서 말싸움과 충돌이 벌어졌다.

프레지던트호텔 입구에서 광장 중앙으로는 1만여명의 보수인사들이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촛불시위와 광우병 괴담을 성토하는데 외곽에서는 여자 대 남자가, 어른과 젊은이가 삿대질과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자아낸다. 경찰은 조용조용 더 이상의 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야 이 자식들아. 너희들이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진 나라인줄이나 알아? 이 빨갱이 같은 놈들아!". 어른들의 볼멘 호통이 이어졌다. 참전용사 증을 코앞에 들이밀기도 한다. "촛불집회 한다고 빨갱이냐? 그렇담 오늘 1백만명이 참석하는데 그 사람들이 다 빨갱이란 말이냐? 나부터 경찰에 잡아가게 해" 하면서 70년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줄줄 외는 층도 있다. 도처에서 이런 언쟁이 반복되고 있었다.

인터넷 TV 방송이 현장을 생중계하며 촛불집회의 정당성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논하며 참석자들의 눈길을 자극한다. 한 곳에서는 ''이명박 해고''라고 적힌 우편엽서를 250원에 파는 곳도 있었다. 미친 소를 국민에게 먹도록 한다해서 해고해야한다며 즉석에서 자신의 주소를 작성케 하는데 기자가 내용을 살펴보자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해 한 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녀들의 말과 살기 돋친 듯한 눈에는 상대(보수매체 기자)에 대한 반발과 적개심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이 날 시청 광장 외곽으로는 소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을 비롯, 전주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해 사망한 이병렬씨의 분향소와 철도노조의 철도 민영화 반대 천막, 그리고 민주노총의 ''안티 이명박'' 이 새겨진 대형깃발 20여개가 놓여 광장을 완전 포위한 형국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납북자가족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이광필씨가 ''북측은 인도주의에 의해 세계(12개국)납북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란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외로이 노래를 불러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날 저녁 6시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도로. 폭 15미터 길이 500여 미터에 이르는 도로는 3만여 애국시민들의 ''이명박 대통령'' 연호 함성과 태극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일제히 손에 든 형광막대를 치켜세우며 ''이명박 대통령 힘내세요''구호가 주변을 흔들었다. ''대한민국 서포터스''가 광우병 괴담과 촛불 시위로 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였다. 이제는 촛불을 그만 꺼야한다는 목소리가 하늘높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남대문에 이르는 세종로 일대는 6·10항쟁을 기념하고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수십만 인파의 촛불이 다시 인(人)의 장막과 함께 펼쳐졌다.

이것이 6월10일 하루동안 수도 서울 심장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참담해지는 심정 가눌 길이 없었다.

어느 국가, 어느 정부, 어느 지도자가 자국민(自國民)의 건강을 해치는 정책을 수립하려 할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국가 최고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이자 사명이다.

어쩌면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대다수의 국민도 순수한 심정으로 나서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순수한 마음을 누군가 교묘하게 이용한다면 사정은 급진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는 지"를 되뇌이는 나이 든 어르신과 "내가 빨갱이면 잡아가게 해"를 외치며 대들던 젊은이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지금 치유하기 어려운 남남갈등, 이념갈등으로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바로 호국보훈의 달인 6월10일의 일이다. (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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