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사나이 현주소 - 그 시절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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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현주소 - 그 시절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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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극장 앞에 세워진 광고탑에 '사나이 현주소'라는 영화 제목이 붙어있고 두 손을 잡고 권총을
겨누고 있는듯한 사람 모습이 바로
오지명씨다. 박노식, 장동휘,김지미, 허장강씨 얼굴도 간판에 그려져 있다.
 
 
 
“선생님, 예전에 멋진 액션배우셨다면서요?”
 
‘오박사네 사람들’ ‘순풍산부인과’ ‘쌍둥이네’로 온 국민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게 만들었던 코미디의 달인, 오지명.
그가 젊은 시절엔 최고로 잘나가던 액션배우였다!
 
어머니께서 남긴 유품 속에 ‘사나이 현주’의 포스터가 들어 있었다. 그가 당당히 피 묻은 주먹을 쥐고 있다.
액션영화 주연배우였던 것, 맞다.
당시 평균 제작비였던 1500만원을 들인 이 영화는 “영양가 있을 때, 즉 ‘박수 칠 때 한 방 크게 하고 떠나야지’라고
꾀(?)를 부렸던 마지막 제작영화였다”는 고백이다.
돈도 좀 벌었다는 이 영화 포스터엔 박노식, 장동휘, 김지미, 최불암, 허장강씨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잘 보면 이 영화로 데뷔했다는 이대근씨도 있다.
 
연극, TV, 영화를 아우르며 70년대에 대단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쉬면서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을 4~5년이나
보내야 했던 이 진지한 액션배우를 코미디배우로 옷을 바꿔 입게 한 사람은 작가 김수현씨다.
79년 ‘엄마 아빠 좋아’라는 TV드라마에 그를 캐스팅, 상상 못했던 변신을 시켜주었고 그해 최고 주연남우상까지 받았다.
 
“무섭다, 그의 말이 곧 법이다, 무데뽀다….”
 
그를 감싸고 도는 괴상한 소문들이 정말 다 사실이냐고 어렵게 물었다. 진상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밥 배달이 안 돼서 굶어가며 일하다가 음식 시켜먹자고 소리 좀 지른 것, 후배가 PD 눈 밖에 나서 제명당하게 생겼기에
동료들 동원해 풀게 한 것, 비상시국이라고 방송국 정문에서 명찰 달고 오라기에 그 길로 집으로 그냥 가버렸던 것 등등.
따져보면 남의 일 해결하다가 생긴 문제들이고 그 혜택은 동료들이 받았음에도 뒤에선 무서운 사람으로, 때론 정의의
사도로 그렇게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나 보다고 회상한다.
돌이켜 보건대 아니꼬운 꼴 못 보고, 학벌 좋다고 까부는 놈 못 봐주고, 잘 나간다고 기고만장한 PD는 더더욱 못 참았던
유별난 성격 탓에 방송국에서 힘든 일도, 탈도 많았다.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는 고인이 된 추송웅씨를 잊지 못한다.
벌써 30년도 더 전, 추송웅씨가 국립극단 단원으로 막 들어왔을 때,
“야 나보다 더 찌그러진 그 얼굴에 사투리까지?
너를 위해 해주는 말인데 너 연기 하지 마라!” 하고 두 눈 부릅뜨고 기를 죽였다.
훗날 빨간 피터가 되어 천재적인 연기로 각광받은 그가 85년 방송국으로 찾아와서는 “선배님이랑 한무대에서 대결하고
싶습니다” 하고 부탁을 했단다.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했는데 그로부터 한 달 뒤 돌연히 그가 세상을 떠났다.
“같이 한무대에 섰더라면….” 그것이 참 가슴 아프단다. “지금 생각하면 배우란 건 아무나 되는 건데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싶다.
 
90년 한창 ‘서울뚝배기’를 하는데 “저놈은 어린 것이 나보다도 더 연기를 잘하네” 싶어 눈여겨봤는데 요즘의
양동근이더란다. 연기하는 게 예사롭지 않고 ‘천생 배우다’라고 생각했던 그애가 지금 활동하는 게 보기에도 그렇게 좋다.
평생을 맺은 인연과 사연의 골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구수한 옛날 이야기보다 더 재밌게 술술
깊이를 더한다.
 
미국의 ‘코스비 가족’을 뒤집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시트콤의 재미를 모르던 시기에 ‘오박사네 사람들’의 대히트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했던 ‘애국시민 노기찬’의 작가 오진홍이 사실은 그였다는 걸
누가 알까.
며칠 전 크랭크 인(촬영 시작)한 영화 ‘까불지마’에서 그가 주연이자 감독인 것은 그래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불암, 노주현도 함께 나온다.
멋쟁이 후배 김용건이 어느 날 “형님, 영화 제작하신다면서요?” 하기에 “왜? 떫으냐?” 했단다.
왜 사서 고생이냐는 후배의 마음을 읽었지만 그냥 감독을 하기로 했다.
 
“왜 꼭 감독을 하셔야 해요?” 나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이런저런 말을 두서없이 마구 섞기에 “그냥 하시고 싶으신 거죠?”
라고 허리를 끊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한다.
막 들으면 기분 나쁘지만 ‘까불지마’라는 이 제목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제목인 듯도 하다.
올겨울엔 ‘가슴을 적시는 아저씨 액션’의 바람이 불어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2004.6.14 조선일보. 정승혜 씨네월드 이사·영화칼럼니스트)


  출처:  http://blog.empas.com/ho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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