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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재난과 국가위기관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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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성만

1515070663294188.jpg 금년 12월에 접어들어 대형사건·사고가 2건 있었다. 총기피탈사건이 먼저 발생했다. 6일 오후 5시50분 경 강화도 해병2사단의 초병(2명)이 30대 괴한 1명에게 총기를 강탈당했다. 괴한의 습격으로 초병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당했다. 괴한은 K-2소총 1정과 실탄 75발(탄창5개), 수류탄 1발, 유탄 6발(40미리)을 빼앗고 코란도 승용차로 도주했다. 당장 대선후보에 대한 테러에 비상이 걸렸고,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에 서해에서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했다. 7일 오전 7시6분 경 충남 태안군 만리포에서 북서쪽으로 10㎞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 'Hebei Spirit'(홍콩선적, 14만 톤)와 해상크레인(3,000톤)을 실은 부선(11,800톤, 삼성중공업)이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유조선 왼쪽 오일탱크 3곳(직경 1m 1개, 30Cm 2개)에 구멍이 나 원유 1만 2,547㎘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이는 1995년 전남 여천앞바다 '시프린스호' 사고당시 기름유출량의 2.5배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다. 유출된 원유는 강풍(초속14m, 풍랑주의보)과 조류를 타고 태안군일대의 가두리양식장과 갯벌로 퍼질 우려가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이 두 건은 하루 사이에 일어난 국가적 차원의 대형사고·사건이다. 그런데 정부가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고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방부는 총기피탈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7일 오전에 후반기 전군지휘관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해병대사령관이 사건개요를 당연히 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총기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든지, 국민의 행동요령 등 앞으로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향후대책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대변인의 언론브리핑도 없었다. 연이어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을 위한 대통령초청 오찬이 있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을 종합해보면 총기사고와 유류오염사고는 정부(군)의 입장에서 특이한 관심사가 아닌 것 같았다. 여기서 주된 화제는 ‘국방개혁 2020(잘못된 국방정책)’의 성공,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연합사 해체(잘못된 안보정책)’에 대한 자화자찬뿐이였기 때문이다.

 오찬이 진행되는 그 순간에도 검은 원유는 시시각각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었고, 국민의 생명은 탈취범의 손에 맡겨져 있는 상태였다. 원유가 주는 재앙이 어떠한 지는 '시프린스호' 사고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수류탄이 터지면 반경 15m내의 인명이 살상되고 75발의 실탄을 군중 속으로 난사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12일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국민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테러에 대한 공포, 야간 및 야외활동 제한, 검문검색에 따른 불편과 교통체증, 대선후보들의 옥외유세 취소, 잘못된 몽타주 작성으로 허위신고 양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다행히 범인이 자필편지에 총기·탄약 투기장소, 자수의사 등을 밝힘에 따라 사건이 조기에 해결되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사건이 장기화될 수도 있었다. 범인은 강화도-경기도 화성-서울-경기도 화성-전남 장성-부산-대구-서울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군경의 검문을 비웃었다. 범행차량, 혈흔모자, 범인의 인상착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동조치와 군경협조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었고 검문검색도 너무 허술했다. 정부가 한 것이라고는 3,000만 원의 범인신고 포상금을 내건 것이고, 군(軍)이 한 것이라고는 병력(5,000여명)을 강화도주변과 범죄차량이 불에 탄 채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 투입한 것, 전단지 살포가 거의 전부다.

 2005년에도 2건의 총기피탈사고가 있었다. 8월에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해안가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장병(중위, 상병)이 흉기를 들고 접근한 괴한 3명에게 갖고 있던 소총 등을 빼앗겼다. 12월에는 강원도 고성의 육군부대 대대탄약고에서 K-2 소총 2정, 실탄 700발, 수류탄 6발이 없어졌다. 군(軍)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초병근무(초소, 탄약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평소 생명과 같이 취급해야 할 병기를 괴한에게 탈취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무장한 병사 2명이 괴한 한 명을 당하지 못한 것에는 분명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병사 2명이 끝까지 괴한과 결투를 했고 총기를 뺐기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분명 교육훈련의 문제인지, 초병 근무수칙이 잘못된 것인지, 초병 이송차량은 없는 것인지 찾아내어 재발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군(軍)의 잘못으로 귀중한 젊은 생명이 희생되었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군경협조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순직한 병사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기름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사고 직후인 08시30분 현지에 사고수습본부(해양경찰)를 설치, 방제(防除)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해경방제선(소형)은 파도가 높아 사고현장에 접근도 못했다. 유출된 기름확산을 막기 위해 사고선박 선원들이 응급조치로 오일펜스 설치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다. 파고가 1m 이상이면 오일펜스를 설치해도 기름이 넘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유출된 기름은 폭 2㎞, 길이 7.4㎞ 기름띠를 형성했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조류에 따라 여러 곳으로 흩어지면서 해안 쪽으로 이동했다. 인근의 소원면, 원북면, 근흥면 등 5개 지역에는 594곳(9,408㏊)의 양식장이 설치돼 있어 유출된 원유가 해안가로 밀려올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해경)에서는 24시간이 지나야 유출된 기름이 해안에 도달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을 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책을 수립했다. 결국 13시간 만에 해안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주먹구구식 재난대처가 재앙을 더욱 크게 만든 것이다.

 이번과 같이 파고가 높을 경우 군용항공기(C-130수송기, CH-47헬기 등)와 대형함정(해군, 해경)을 이용하여 원유덩어리 위에 흡착포를 조기에 살포하는 것을 시도해야 했었다. 그리고 신속한 방제를 위해 민방위를 즉각 동원하고 부족하면 예비군 동원도 검토했어야 했다. 인근에 위치한 공군기지(해미)와 해군기지(평택)를 활용했으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긴급조치를 해야 할 시간에 청와대·국방부의 수뇌부가 청와대 오찬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번의 경우, 기름 유출장소가 해안에서 10km나 떨어져 있었고 아침 낮이라 조직적으로 신속히 조치하였다면 기름띠를 어느 정도 해상에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해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방제작업은 초기에는 현지 주민위주가 되었고 이후에는 자발적 자원봉사자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군(軍)과 관(官)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국가위기관리체계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국무총리는 9일에서야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총기탈취사건과 기름유출사고에 관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로부터 총기탈취사고 수습상황과 향후대책, 해양수산부로부터 서해 기름유출사고 수습현황 및 향후대책을 각각 보고받고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사건·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늦고 안이한 대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왜 이렇게 정부가 손을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는 해양방제 주무기관인 해경(해양수산부 소속)과 협조기관인 해군(국방부소속)이 다른 기관에 속해 있어서 해상사고에 대한 협조가 신속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해경본부는 인천에 있고 해군본부는 충남 계룡대에 있어서 실무자들의 세부적인 협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앞으로 해군과 해경의 협조문제는 해양선진국(미국·일본·영국)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정부차원에서 대형재난사고에 대한 훈련이 없어서 즉각적인 대응이 곤란하다. 정부 을지연습에도 이런 경우를 상정한 실제훈련(인원·물자 동원 포함)이 없다. 그래서 말단조직이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에 따라 그동안 해경에서는 해상방제대책기구를 정비하고 방제정(防除艇)도 충분히 확보했으나 파고가 높은 상황에 맞는 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소형방제정은 이번의 경우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국가적 손실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불가할 정도가 증가되고 있다. 환경이 원상으로 회복하는데 20년이 걸린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두건의 사고·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큰 교훈은 초기 1~2시간 내에 국가위기관리체계가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게 하고 싶어도 지금의 체계로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평일 낮에 일어난 사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유는 정부 내 각 부서간 협조체제와 군 내부 지휘연락체제의 난맥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만약 북한의 무장공비(국군·민간으로 위장 등)라도 나타나면 즉각 수습이 가능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 정부의 각 부처가 각지(서울, 과천, 대전 등)에 산재되어 있고 서울 내에서도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어서 신속한 협조가 어렵다. 앞으로 행정복합도시가 충청도에 건설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군(軍)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국방부·합참·연합사(유엔사)는 서울에, 3군본부는 충남 계룡시에, 해병사는 경기도 발안에 위치하고 있다. 참모총장이 국방부로 긴급히 소집되는 경우 최소 1.5시간 이상이 소용된다. 실무자가 오는 데는 3.5시간 이상이 걸린다. 현대전에서는 2~3시간이면 전쟁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래서 차기정부는 모든 정부기관( 청와대·각군본부 포함)을 한 곳에 집결(용산 연합사부지)하여 신속한 위기관리가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주길 기대한다. 휴일 야간에도 주요 위기관리요원(대통령, 장·차관, 합참의장, 각군총장, 실무자 포함)이 1시간이내에 지하시설에 소집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을 20~30분 안에 초토화할 수 있는 탄도탄(화학무기 장착가능)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사고를 교훈삼아 국가위기관리체계 정립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뒤늦은 것이긴 하지만 위기관리실패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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