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농부의 하루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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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4 00:36
사이비(?) 농부의 하루.
눈을 뜨니 날은 이미 훤하다. 시계를 보니 5시 반이다.
요즘 한 열흘간 계속 농사에 매달리다 보니 심신이 꽤, 피곤하지만
이맘때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이게, 나이 먹어가는 징조인가? 마음은 청춘인데...
오늘은 강변 밤과원에 로터리를 치기로 하여 서둘러 밥 한술 뜨고
관리기와 예초기를 준비하여 밤과원에 도착하니 7시 반이다.
한 열흘 전에 제초를 했는데 두어 차례 내린 비에 풀이 꽤 무성하여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기로 한 것이다.
농약을 치면 한동안 풀이 나지 않을 것이나 강변 옆이어서 오염문제도 있고
하여 올해는 관리기로 갈아 엎기로 한 것이다.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울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온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묻기에 밭간다고 하니
대뜸 사이비 농부라고 한다.
농사 지어 본 경험이 없는 처지를 잘 아는지라...
그러나 한 열흘 정도 혼자서 땅콩심고 서리태며 메주콩도 심고 어제는
비닐씌우고 고구마까지 심은 관록(?)도 있어 사이비 농부라는 소리는
다소 억울하다.
그러나 녀석이 농담으로 하는 소리이고 소일꺼리로 열심히 하란다.
사실,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젊은(?) 노인층이 얼마나 많은가?
일할 수 있는데까지는 열심히 일해 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연명의 漢詩가 생각난다.
귀원전거(歸園田居) 陶淵明(365~427, 東晋)
콩을 남산아래 심었더니 種豆南山下
풀이 무성해서 콩묘종은 드물다. 草盛豆苗稀
이른 새벽에 기음을 매어 밭을 손보고 晨興理荒穢
달빛을 몸에 받으며 괭이를 메고 돌아온다. 帶月荷鋤歸
길은 좁은데 초목은 자라서 道狹草木長
저녁이슬에 내 잠방이가 젖는다. 夕露霑我衣
옷이야 젖더라도 아까울 것 없으나 衣霑不足惜
다만 농사나 잘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但使願無違
안개가 자욱하여 건너 편 갈기산 모습이 안보인다.
옥수수를 심었는데 아직 싹이 안나왔다.
밭에 있는 한그루의 복숭아 나무.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로 감나무가 고사하여 그 자리에 매실을 심었다.
관리기 로터리작업으로 제초효과까지 일석이조이다.
연한 뽕잎은 쌈싸먹어도 좋다고 한다.
은은한 찔레꽃의 향이 코 끝을 유혹한다.
오뉴월의 감잎이 무척이나 상큼하다. 그냥 따서 먹어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