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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제쳐놓고 냉각탑만 폭파한들...

fabiano 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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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산넘어 산..신고에 포함되지 않은 핵무기 어떻게 폐기대상이 될 수 있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으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이다. 그런데 '진달래꽃'의 무대인 영변 약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시설이 존재한다. 바로 약산 밑에 북한 핵개발의 메카가 있다. 전기의 4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한국이 자랑하는 대덕 연구단지는 40만평에 시설이 30개 정도인 반면,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도 없는 북한 영변 핵시설은 250만평에 시설이 280개에 달한다. 더욱이 평화적 이용과는 거리가 먼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괄공정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얼마나 핵무기 개발에 집착해왔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 영변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과 북한은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공연 이래 영변 5MW 원자로 냉각탑 폭파라는 또 한번의 정치적 이벤트를 마련했다. 냉각탑 폭파 장면이 미 국무부 관리의 입회하에 전 세계로 중계되었다. 5MW 원자로는 86년부터 가동되어 핵폭탄 10개분 정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핵심시설이다. 또,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그동안 생산한 플루토늄양, 핵시설 목록 등을 담은 핵신고서를 제출하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적성국교역법 해제와 함께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음을 발표했다. 핵실험 등 우여곡절을 겪던 북핵협상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 단계와 불능화/신고 단계를 거쳐 이제 마지막 단계인 폐기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핵폐기단계 진입은 핵협상의 중대한 진전이다. 그러나 비핵화를 100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은 30에 불과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문제는 불능화를 한다 해도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냉각탑 폭파에도 불구, 원자로의 핵심계통은 남아있어, 시간을 들이면 재가동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2차 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우라늄 농축, 시리아 핵이전 문제, 그리고 보유한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신고에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향후 협상에 있어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신고하지 않은 내용이 어떻게 폐기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2005년 9·19공동성명은 '핵무기 등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했지만, 북한 핵실험 뒤인 2·13합의에는 핵무기란 용어가 사라졌다. 아마도 북한 핵실험 이후 부시 정권은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무기 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고 제3자에게 핵무기나 기술을 이전하지 못하게 하는 틀을 만드는 중간단계 목표로 선회했다고 본다. 이것이 냉각탑 폭파에 이르는 일련의 진전을 촉진한 요인일 것이다. 물론 난관에 봉착했을 때 우회하고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협상술의 기본이다. 그러나 지난 18년간 북핵협상이 항상 원점 부근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합리적 협상술이 북한에 잘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조만간 6자회담이 개최돼 북한의 신고내용을 검증하고 핵폐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부시 정부는 플루토늄 생산 시설의 불능화와 핵이전 방지 틀을 만든 것을 외교적 성과로 생각할 것이다. 94년 제네바합의의 핵동결보다 진전이라고 자평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북한에는 핵무기가 없었다. 결국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문제는 미국의 차기 정부 몫이 될 것이다.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협상의 마지막 핵폐기 단계에 진입하지만, 여기서 핵무기 폐기가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무기 문제는 또 하나의 협상단계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핵무기 폐기를 강력히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분발을 기대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힘겹게 공존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조선닷컴)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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