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행사(9.9절)에 북한 김정일이 불참하면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크게 제기되고 앞으로의 북한사태 전개 전망을 두고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급변사태가 몰고 올 한반도의 파장을 중심으로 한 각계의 전망과 강연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과 안보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 위기관리포럼(대표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2일 오후 한반도 급변상황을 전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의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 국회 위기관리포럼 세미나.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는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염두에 둔 '한반도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대주제로 개최되었다.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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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위기관리포럼과 한국 위기관리연구소가 이 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한반도 위기인가 기회인가? -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과 대비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는 북한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급변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체계적인 대비 강구 방안이기도 했다.
이 날 세미나가 열린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최근 김정일 건강설과 그의 유고에 따른 급변상황이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 것인가 대한 우려와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들어찼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 급변사태와 대비방안' 주제발표에서 급변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5개 기본유형으로 구분하고 이 유형에 따른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북의 존속(공존)을 가정한 ▲적대적 공존 ▲타협적 공존 과 붕괴(통일)을 가정한 ▲내폭(북한 자체붕괴)에 의한 통일 ▲외파(북한의 전쟁도발)결과에 따른 통일 ▲점진적 평화통일의 5개유형으로 대별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 중 급변사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내폭(북한 자체붕괴)과 △외파(북한의 전쟁도발)에 의한 사태이며, 다만 이런 상황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제조건으로 첫째, 북한의 경제위기(식량란, 외화난, 에너지난 등)가 김정일 정권의 통제·관리능력 범주 이상으로 심화되고, 이어 한국 및 주변 4국에 의한 대북지원이 북한의 경제위기 타파에 가시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북한지도부 및 주민들 사이에 팽배해 장래에 대한 절망적 비관론이 지배적인 상황과 다음으로 북한 지도부의 경직성이 지속되어 대남 및 대서방 타협에 거부적일 때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제조건이 무르익을 때 북한의 대남 무력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때이며, 그 판단이 오판에 의한 것일지라도 결과는 같게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김정일 정권 및 체제유지에 대한 절망적 비관으로 최후의 수단은 전쟁뿐이라고 판단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북한의 내부붕괴를 의미하는 내폭의 경우는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유고에 따른 내부혼란으로부터 촉발되는 경우와 쿠데타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로 급변사태는 정권붕괴 → 체제붕괴 → 국가붕괴의 과정이 순차적 또는 동시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터질 시기에 대해 "금년 이 시점 이후 어느 때라도 '그 날'은 벼락처럼 올 수 있으며, 2012년에서 2020년 기간을 주목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 시기가 경제적·정치적 고비를 겪게 될 것으로 봤다. 식량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주민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과 특히 2012년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한국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며, 이 때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유례 없는 좌우 대결이 될 전망이라는 것과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소위 '조국통일 완성의 해'로 선포한 점을 예로 들었다.
▲ 의원회관 대회의실 세미나장을 가득 메운 방청객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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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또 북한 급변사태시 우리의 안보위협을 분석하면서 "급변사태로 인한 가장 직접적이고도 치명적인 안보 위협은 북한의 내폭(내부 붕괴)이 외파(남침)로 전이되는 것"과 "중국의 단독개입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중국의 개입을 우선적으로 경계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정세 변화를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급변사태시 북한을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기에 안정화시키고자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중국이 한-만 국경선 일대에 탈북난민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증강 배치해 놓은 중국군을 기습적으로 투입해 북한을 강점 후 편입하거나 친중 괴뢰정권을 수립할 수도 있다"고, 자신이 이 지역을 답사하면서 중국군의 현대화 시설과 도하용 장비들을 목격한 사실을 언급한 뒤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도 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연고권을 강변하기 위한 명분 쌓기와 연계해 볼 수 있다"고 유추했다.
계속해서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이 우리 스스로의 예방(내폭이 외파로 진전되지 않도록)을 위한 대북 억제력 강화와 예방외교가 중요하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성안된 '국방개혁 2020' 가운데 과도하고 조급한 병력 감축 계획은 진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내폭시 중국의 단독 개입을 차단 내지 분쇄하기 위해서는 유엔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우방들과 중국의 개입의지를 견제하기 위한 예방외교는 물론, 독일 통일과정에서 당시 동독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을 미국과 서독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견제하였듯이 가장 확실한 대중국 견제수단인 한미동맹을 강화해 중국견제와 더불어 러시아 일본을 설득하는데도 미국의 영향력, 즉 용미(用美)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북한의 급변사태는 외파 혹은 내폭의 과정에서 빚어질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사태가 단순히 추측의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갈무리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단계적인 통일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북한 체제의 갑작스런 붕괴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급변사태를 위한 준비를 할 때가 왔다"며 "한국정부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지만 주로 급변 통일 직후에 발생할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 안에서 혼란을 막고 경제적인 회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개선이나 인프라 건설 등 장기적 프로젝트를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아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준비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고 부언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경제난 심화, 국제적인 사회주의 연대망 붕괴 등으로 현재까지 김정일 정권이 완전히 공고화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은 비공개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인데 국방위원회의 노장 그룹이 적극 후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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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토론회 축사에서 "북한이 '철의 장막'을 거두고 모든 세계, 우리와 왕래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 어렵다"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대를 맞아 예측가능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긴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날 세미나에서는 국회 위기관리포럼 참여 22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등 여야 정파를 초월한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북한 급변사태와 대비방안'(허남성), '북한 지도부의 권력구도 변화 전망'(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체제변화에 대비한 외교정책 방향'(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위한 우리들의 준비'(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김정일 와병과 북 체제 위기'(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북한 붕괴·대규모 탈북 등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방안'(제성호, 중앙대 교수)등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