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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절밥 ‘약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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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바꾼 지 3년, 당뇨약도 끊었어요”

지난 2005년 1월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주부 김경순(48)씨. 김씨는 수술 후 서울 일원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1년간 사찰요리를 배웠다. 요즘 김씨의 밥상엔 원추리나물·취나물·돌미나리 등 봄나물, 젓갈이 안 들어간 김치, 봄 향기를 가득 머금은 냉이된장국이 오른다.

“3년 전 식탁을 사찰음식으로 완전히 바꾼 뒤 가족이 다 건강해졌어요. 당뇨병 환자인 남편(53)의 공복 혈당 수치가 140에서 정상에 가까운 100~110으로 떨어졌습니다. 평소 운동과 담쌓고 사는 사람인데 약을 끊을 만큼 혈당 조절이 잘 돼요. 사찰음식 덕분이라고 믿어요. 아이들도 처음엔 ‘우리가 풀만 먹는 토끼냐’며 불평했으나 지금은 잘 따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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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제철에 난 채소를 거둬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다. 사찰음식 알리기에 소매를 걷어붙인 선재스님의 미소도 자연 그대로다. [최승식 기자]

김씨는 “과거보다 피로를 덜 느끼고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며 “신경이 덜 예민해지고 암 재발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이 속세로 내려왔다. 5년여 전부터 조금씩 관심을 끌더니 이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인사동의 사찰음식점 ‘산촌’은 외국 손님 접대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신길동에는 불교 조계종 고덕사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다. 서울에만도 5개 이상의 사찰음식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지난달 중순 사찰음식 특선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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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강좌도 인기다. 비구니회관에 네 개의 강좌가 개설돼 있다. 강좌당 30명의 수강생이 거의 꽉 찼다. 수강생은 주부·대학교수 등 다양하다. 2월 23일 아주대병원 통합의학센터가 주최한 사찰음식 강연에도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간암 환자인데 통증을 줄여주는 음식은 없나요” “어떻게 먹어야 입맛을 되찾을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사찰음식 강좌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및 한·독 외교관계 수립 125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1200여 명의 현지인에게 사찰음식이 소개됐다. 강의를 한 선재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원래 1시간 강의할 예정이었으나 청중의 반응이 뜨거워 두 시간 반 이상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뭘까. ‘사찰음식=웰빙음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원여대 식품과학부가 2007년 성인남녀 35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3%가 ‘사찰음식이 건강에 유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찰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로 51%가 ‘맛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한국식품영양학회지, 2007년).

인기를 끌자 불교 조계종 총무원이 사찰음식 체계화 작업에 나섰다. 2월 5년 계획으로 전국 사찰음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사찰음식 페스티벌을 열고 브랜드를 붙이며 외국인을 상대로 관광상품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슬로 푸드=사찰음식은 삼소, 즉 적게(小) 먹고 채소(蔬)가 주를 이루며 웃으며(笑) 즐기는 음식이다. 채식 위주이며 불교 교리대로 육류·어패류 등 고기의 섭취를 금한다. 냄새나 자극성이 강한 오신채(파·마늘·부추·달래·흥거), 인공조미료 등 식품첨가물, 정제된 설탕을 쓰지 않는다. 비닐하우스에서 길렀거나 농약·비료를 사용한 곡물도 기피 대상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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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요체는 제철 재료와 천연 재료로 조리하는 것이다.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버섯·들깨·콩가루 등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설탕은 유기농 설탕·과일로 대체한다. 사찰 김치는 젓갈 대신 조선간장·된장·고추장·잣·깨로 맛을 낸다. 감초를 감미료로 쓴다. 멸치·쇠고기 대신 참죽순·표고버섯·다시마를 넣는다. 단백질은 콩·버섯으로, 칼슘은 우유 대신 무청으로 섭취한다. 이때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풍부한 무말랭이·표고버섯을 함께 섭취한다.

사찰음식 재료 중 웰빙 효과가 높은 것으로 연근·우엉·머위 등이 꼽힌다. 연근은 몸을 정화시키고 혈전을 막아준다. 선재 스님은 “선짓국을 끓일 때 연근을 넣으면 엉기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이며 “우엉·연근은 암의 재발 방지를 돕는다”고 말했다. 머위는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사찰음식은 슬로 푸드다. 한 끼 조리하는 데만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선재 스님은 “음식이 물이 될 때까지 씹고 두 번을 더 돌려 씹는다”며 “오래 씹으면 음식의 소화·흡수가 잘 될 뿐만 아니라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성인병·비만의 주범인 고지방·고열량식을 피할 수 있다. 채소에 풍부하게 든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질환 예방을 돕는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사찰음식만 먹으면 단백질·비타민 B12·철분·아연·칼슘이 결핍될 수 있다”며 “우유·계란을 섭취해 약점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 되는 오신채(五辛菜)
절에선 ‘못 먹을 것’ 속세선 ‘꼭 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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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채(五辛菜). 파·마늘·달래·부추·흥거는 불교·도교에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금기 식품이다. 『본초강목』에선 달래·흥거 대신 겨자·육호를 오신채로 본다. [강정현 기자]
사찰 음식에서 금하는 채소가 있다.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냄새·자극성이 강한 다섯 가지 채소, 오신채(五辛菜)다. 오훈채라고도 부른다. 사찰 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은 “오신채는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이 동하고 날로 먹으면 성이 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역발상을 하면 일반인에겐 원기·정력을 돕는 고마운 채소다. 다이어트에 이롭고 스트레스도 풀어 준다. 오신채 중 흥거는 본초학자에게 물어도 “처음 들었다”고 할 만큼 우리에게 생소한 채소다. 고의서인 『본초강목』에선 달래·흥거 대신 겨자·육호(국내엔 없다)를 오신채로 분류했다. 자극성이 강한 고추는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오신채의 웰빙 효과를 알아보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마늘 냄새가 나는 것 외엔 다른 모든 면이 이로운 채소다. 그래서 별명이 일해백리(一害百利)다. ‘일해’는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의 냄새다. 알리신은 마늘을 자르거나 빻을 때 마늘의 유황 성분(알린)이 자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마늘을 구운 뒤 된장과 함께 먹으면 냄새가 상당히 줄어든다. 알리신은 항암 효과가 있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다.

『본초강목』엔 “강정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호색한 카사노바가 굴과 함께 정력 식품으로 애용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남성의 성기능 중 중요한 발기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며 “알리신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돕는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비아그라처럼 바로 발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 효과는 느리고 간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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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또 활력 증진을 돕는다. 알리신이 비타민 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이 된다. 이는 마늘 주사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티아민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원기 회복을 돕는다.

효능을 극대화하려면 익히지 않고 그냥 생으로 먹는 게 좋다. 통째로보다는 자르거나 빻아 먹는 것이 낫다. 빻는 도중 알리신이 더 많이 생겨서다. 속쓰림 등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마늘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반 뿌리 정도다.

양파와 파는 스태미나 식품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파·마늘을 먹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AG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양파엔 쿼세틴이란 항산화 성분(유해산소 제거)과 알리신이 들어 있다”며 “이 둘이 원활한 혈액 순환, 발기, 정력 증진을 돕는다”고 말했다. 쿼세틴은 육류에 든 포화지방(혈관 건강에 해롭다)의 산화를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봄에 잃어버린 미각을 파가 돋워 준다는 것도 정력 증진에 유익한 면이다. 우리 선조는 이른 봄에 나는 매콤한 파, 산갓, 당귀 싹, 미나리 싹, 무 등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 오신반을 구하기 힘든 지방에선 푸른 잎, 노란 대, 흰 뿌리, 검은 실뿌리를 가진 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입맛과 정력을 되살렸다.

프랑스의 많은 호텔에선 지금도 신혼부부에게 양파 수프를 제공한다. 양파가 정력에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부추 남성의 양기를 높여 준다. 민간에선 양기를 북돋워 준다고 해 ‘기양초(起陽草)’,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해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부른다. 잎보다는 씨가 더 좋다. 보양 효과가 잎에 비해 월등하다.

『본초강목』엔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장내분비과 안세영 교수는 “한방에서 신은 신장뿐만 아니라 비뇨·생식기 전체를 가리킨다”며 “부추가 정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기 회복, 정력 증진 성분으로 꼽히는 것은 황화 알릴이다. 마늘·파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공기 중에 잘 날아가고 물에 녹으므로 많이 섭취하려면 부추를 다듬고 씻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부추는 한 해 열 번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사철 어느 때 먹어도 상관없지만 이른 봄에서 여름까지 나오는 부추가 가장 연하고 향긋하다. 영양과 맛도 최고다.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달래 봄나물인 달래는 산에서 나는 마늘이다. 마늘과 영양·효능이 비슷하다. 온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달아나는 봄에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피로 해소, 스태미나 증진에도 유용하다. 자연히 정력도 샘솟게 한다. 정력 증진 성분은 황화 알릴이다. 이 성분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달래는 몸을 따뜻하게 한다”며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허리 통증도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 대개 생으로 먹으므로 열에 약한 비타민 C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식초를 뿌려 먹으면 비타민 C가 자연 파괴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달래 무칠 때 식초를 치라고 하는 것은 이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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