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손님들
한국전쟁중인 1951년 6월, 임시수도 부산 부민동의 이기붕 국방장관 관사. 2층짜리 적산가옥을 개조한 관사 안방에는 흰 저고리 검정치마 차림의 이기붕의 아내 박마리아가 앉아있고, 양옆으로 ‘초대받은 손님들’ 인 존 무초(John Mucho) 주한미국대사와 콜트(Colt) 장군이 보인다. 다과상과 커피잔 등으로 보아 다과모임일 듯한데, 외국 손님들의 방약무인한 자세가 가관이다.
신사화를 신은 채 방석 위에 겨우 엉덩이를 붙인 엉거주춤한 모습의 박마리아 오른쪽의 무초(Mucho) 대사는 잔뜩 찡그린 표정과 함께 시선을 외로 꼬고 있다. 그 옆 콜트(Colt) 장군은 한술 더 뜬다. 시커먼 군화를 이 모임의 호스트인 박마리아 앞쪽으로 쭉 뻗고 있다.(콜트(Colt)의 군화 위치는 실은 이기붕의 코앞이다.
畵角·화각이 넓지 않은 50㎜ 표준렌즈를 사용했기 때문에 사진 왼쪽에 겨우 잡힌 손목의 주인공이 바로 이기붕이다.
이기붕 양옆에는 김활란과 벤 프리트(Van Fleet) 장군이 앉아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의 분위기를 한층 절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문밖에 도열한 이화여대생 ‘노래의 사절단’이다. 한껏 단정하게 차려입어 예의를 갖춘 학생들이 막 입을 모으고 있지만, 여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현지 국가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반세기전 한·미 관계를 상징하는 절묘한 포착으로 유명한 이 사진은 초창기 보도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의 백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