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古 (2)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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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5 07:21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니 오랫만에 아암리의 철동에 갔다.
백하산 기슭, 찻길(車道)이 끊어지는 곳에 외딴 집이 있는데 작년 가을에 마눌과 함께 산행을 가다가 들린 곳이다.
다소 빽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있는 고즈넉한 이곳에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이처럼 할머니 혼자 살고있다.
이 골짜기에도 전기가 들어와 TV를 볼 수 있으니 그다지 외롭지 않다고 하신다.
권유하는대로 집안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둘러보니 옛 古가 다수 있는데 그중에 서너가지가 눈에 뛴다.
퍼렇게 녹이 슨 수저 한벌이 있는데 모양새가 예쁘고 날렵하다.
장인의 혼이 깃든 솜씨가 지금도 살아서 숨쉬는 듯 하다.
고려시대의 것이라 한다.
또한 황토벽에 걸린 궁중모란도가 있는데 원래 열두첩짜리인데 여섯첩으로 분양했다가 아는 이들의 요구대로 나누다보니
결국 이 집엔 두첩만 남았다고 한다.
조선왕조 후기의 작품으로 감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의 입큰 축음기는 방 한구석에서 먼지를 가득히 뒤덮어 쓰고 있는데 박춘석 작곡의
<센티멘탈 부르스>판이 있어 그 시절을 노래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