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물론 나도 전쟁을 실제로 겪은 사람이 아니라 실감나게 전달할 순 없지만, 내가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때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저는 6.25 전쟁이 일본하고 싸운 줄 알았어요." “저도요. 그때 사람들이 왜 차에다 짐을 싣지 않고 이고 가는지 몰랐어요." "휴대폰이 있었으면 피난 갈 때 가족들이 헤어지진 않았을 거예요” 정말 아이들다운 이야기였다.
전쟁 당시 부산 낙동강 일대 피란민들 @부산일보 자료사진
내가 초등학교 다녔던 1970년대에는 반공교육을 참으로 많이 했던 것 같다.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려도 한 반도 위쪽에는 붉은 색으로, 남쪽에는 파란 색으로 선명하게 갈라놓았고, 북한 사람들을 마치 무서운 도깨비인양 꾸몄던 기억이 난다.
간혹 탈북 해 온 북한주민이나 간첩이야기를 뉴스에서 볼 때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라났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내 아버지도 실향민이었기에 나는 누구보다도 통일을 기다려왔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두 여동생들을 그리워하며 날마다 눈물로 지새우시다가 눈을 감으셨다. '몇 년 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많이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그래도 금강산 여행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다 하며 북쪽 땅을 밟을 수는 있을 테니까…….
세월은 벌써 흘러서 57년이 지났다. 전쟁을 뼈아프게 겪은 분들이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는데 앞으로 그 분들이 안 계신다면 누가 전쟁의 아픔을 실감나게 전해 줄까 싶다.
그래도 내 또래의 어른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나 부모님께 직접 피난시절을 듣고 자랐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 교과서나 그림에서만 간접적으로 보아야 할 게 뻔하다.
며칠 전에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이 통일에 대한 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 전쟁에 대해서 잘 모를 텐데 어떻게 그런 글을 썼냐고 물었더니 실향민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 무덤 옆에 핀 제비꽃이 고향 못 간 할아버지의 마음을 닮아있어서 언젠가 꼭 통일이 되면 고향 개성집 앞마당에 옮겨 심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는데 듣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날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해마다 6월이 되면 학교에서 보훈글짓기, 통일글짓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도 그랬고, 지금의 아이들도 그러고, 이다음의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우리들은 빈 원고지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그곳을 그리며 한 자 한 자 적어나갈 것이다. 통일이 올 그 날까지 /장현옥 쌩쌩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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