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
fabian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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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09:00
며느리 밑씻개
시. 강희창
어머니
내 핏줄도 아닌 어머니
아들 온전히 내어주기가
눈알 빼주는 일인 줄 알지만
손주 보시려면 어쩌겠어요
시큼털털 시집살이
잘해도 미운 짓인 걸
남들은 며늘아기 추키던데
거칠어가는 제 까짓이
가시 돋친 마른 살림에
무슨 꽃을 낼 수 있으리오
눈물 젖은 솜이불에 떨군
하혈下血 몇 방울,
수세미 같은 날에
그 꽃 피거들랑
젓니 갓난 손주 데불고
내뺀 줄 그리 아세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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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연 향원 시인) 다들 왜 하고많은 이름중에 입에 담기도 그런 며느리 밑씻개라 했는지 궁금해 해 전설을 올립니다. 전설에 의하면 얄궂은 시아버지 때문이랍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화장지 대신 그저 지푸라기나 나뭇잎, 심지어 새기<끼>줄을 걸어놓고 밑닦이로 사용했다는 것 쯤은 아시죠? 그런데 어느 시아버지가 (못된 시아버지였는지, 아니면 며느리를 벌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며느리에게만 온통 가시 투성이인 이 풀의 줄기를 걸어놓고 닦도록 했답니다. 참, 기도 안 찰 일이죠. 그런데 옛날의 시아버지 권위는 감히 며느리가 쳐다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였으니 그런 황당한 일도 가능하긴 했을 겁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런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 풀은 사람이 지나가면 어떻게든 그를 따라 도망 가려는 것처럼 밑으로 향한 가시를 이용해 옷에 잘 달라 붙습니다. 행여 자기를 떼어놓고 가는 무정한 사람을 책망하듯 가끔 팔을 할퀴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요. 오죽 시집살이가 괴로우면 그런 이름과 그런 표독스러움까지 지니게 됐을까 하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꽃이름 중 "며느리"가 붙은 것에 슬픈 사연을 붙여 둔 것은 그 옛날 여인들의 한을 아련하게나마 알리려는 그들의 무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밥이 익었나 보려고 먼저 씹어보다가 맞아죽은 며느리밥풀꽃의 여인네도 슬프기는 매한가지죠.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칫밥을 먹는 요즘과 비교한다면 아주 딴 세상 일인 것 같지만 제 어머니 세대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답니다. 불과 30-40년 전이죠. 여인들의 능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여인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어린 순을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풀 전체를 머리털 빠진 데, 고기 먹고 체한 데, 피부병 등에 약으로도 쓸 수 있답니다. 참, 꽃 모양만으로는 고마리와도 거의 비슷한데 고마리는 잎자루가 짧고 잎이 창처럼 생겼고 가시도 아주 약해서 거의 털처럼 느껴지고 특히 물가에 자라는 점이 며느리밑씻개와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