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어느 어머니의 일기(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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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의 일기(日記)

fabiano 0 1676  
어느 어머니의 일기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ㅡ이 글은 오늘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타까운 모습인 것 같습니다.



신판 고려장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 살아가기가 바쁘다고 해도 어머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잊지 말고 살아 갔으면 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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