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fabiano
내 앨범
8
2009
2012.08.13 20:27
사흘 안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누름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 보네
그 시절, 어느 詩人의 <보릿고개>.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던 그 시절.
우리 팔남매는 여름철 허구헌 날,
큰 양푼에 상치며 열무에 뚝배기 된장을 끓여
고추장 서너 숟갈 넣고 주걱으로 이리저리 비벼 먹었습니다.
그 시절이 까마득히 머언 전설적인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오늘 누이와 동생, 오랫만에 오신 외삼촌, 제수씨, 마눌님이 모여
옛날 보리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쌀밥 먹기가 그리도 어려웠던 시절.
보리밥에 질려 버린 동갑내기 매제는 집으로 내빼고...
이제는 별미가 된 보리밥을 두 그릇이나 비우고
먼데 여름 하늘을 바라보니 그 시절의 추억이 뇌리에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