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가는 길 옆, 빈 집
fabiano
감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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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6 20:24
산소가는 길 옆,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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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산소 바로 옆에 서있던 집이 이렇듯 폐가로 변해버렸습니다. 산소를 찾을 때마다 그 집에 들러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지요. 벌초를 할때면 낫을 빌리고, 물도 얻어 마셨습니다. 지난 해까지도 추석 때 가족들 웃음소리가 울 밖까지 넘어왔는데…. 막내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서울로 이사를 갔답니다. 집이 팔리지 않아 그냥 떠났답니다. 이런 외딴 집은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답니다. 집을 비운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이렇듯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서울로 가져가려 내놓았던 손주녀석의 컴퓨터가 그대로 마당에 놓여있습니다. 아무래도 구식이라 몇번을 생각하다 그대로 두고 떠났겠지요. 모니터에는 야생초 그림자들만 담겨 있습니다. 밤에는 아마 별빛, 달빛이 찾아 들어갈 것입니다. 그것들을 지나가던 들쥐나 고양이나 새들이 쳐다보겠지요. 그러고는 실없이 자판을 한번 눌러 볼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땅 어딘가에서는 빈 집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빈 가슴이 하나 더 늘 것이고, 세상에 울음 하나 더 보태질 것입니다. 〈김택근/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