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이야기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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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2 10:06
그저께 장날에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장터를 도는데 몇 달째 보이지 않던
각설이 장타령 하는 무대 뒷켠에 호떡장수 아주머니가 한창 호떡을 굽고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근황을 물으니 영감님께서 크게 다쳐서 간병 수발을 드느라고
그동안 못나왔다는 이야기에 얼른 쾌차하기를 비는 마음을 전하고 호떡을 한 입 가득히
베어물고 마침 옆에 앉은 젊은 색씨에게 한 컷을 부탁한다.
매사, 별 볼 일없는 내용으로 블로그를 채우기는 하나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가
이렇게 시시껄렁하여 다소 겸연쩍기는 하되 이것도 우리 세대들이 겪었던 일이어서....
그 시절에 호떡은 우리들의 대용식이었다.
학교수업을 파하고 나면 시간이 오후 4~5시쯤 되는데 이때가 무척 배고픈 시간이어서
귀가하는 길에 아끼고 아껴 둔 용돈으로 검은 설탕물이 뚝뚝 떨어지는 호떡을 사먹던
기억에 참으로 맛있었다는 느낌이었고 배부른 포만감에 무거운 책가방도 가벼웠었다.
그 시절엔 12과목이나 되는 책과 공책 그리고 도시락 등으로 책가방은 꽤 무거운데다가
도보통학하는 거리가 왕복 3~40리 길을 걸어다녔던 터라, 늘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간식꺼리로서의 호떡 맛이라면 그다지 맛이 없었을 것이나 질곡의 그 시절엔
입에 살살 녹는 최고의 대용식이어서 그 시절의 추억처럼 아련한 향수가 스며드는
맛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