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2)
예전에 장모님 생전에 사위를 위하여 당신께서 추어탕을 끓이고 산초가루를 뿌려 비릿한 냄새를 없애고
독특한 맛과 향이 가득한 탕과 갖가지 산나물로 산초기름을 친 비빔밥 맛이 못내 그리운 이 가을의
정취가 여느때와 달라 그제, 오늘 도가실 지나 천태산 영국사 가는 길가에서 산초열매를 땄다.
애당초, 버섯을 따기 위해 나선 발걸음이었으나 가는 도중에 보니 버섯을 따기 위해서 이미 지나간
흔적이고......
山寺에서 어지간히 귀한 손님이 아니면 내놓지 않는다는 산초장아찌와 산초기름에 두른 두부전과
곁들여 먹는 막걸리는 고향의맛이며 향이어서 솥뚜껑에 구울때 그 향이 십리 밖으로 퍼진다했던가?
산초는 종기나 타박상에 좋으며, 산초열매나 나무를 달인 물은 마시면 두통과 기침을 멈추게 하고
입 안에 담고 있으면 충치의 아픔도 멎게 한다고 한다.
또한 치질환자에겐 달인 물로 씻으면 치질에도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길에서 만난 어떤 이의 이야기에 산초기름의 복용으로 해소를 다스렸다는.....
이 가을에는 마누라와 함께 산초장아찌와 산초기름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또한 산초기름으로 구운 두부와 산초장아찌 한 접시 놓고 삼겹살 지글지글 굽는 자리도....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桶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 박정대 詩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