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재봉틀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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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8:15
내 어릴적의 기억으로 이 재봉틀이 아마도 50년 가까운 세월을 어머니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재봉틀을 들여오던 날, 무척 기뻐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뇌리에 선하다.
호롱불빛 아래서 바느질하기가 여간 어렵지않았으며 가끔씩 바늘에 찔리는 안타까움에랴....
그 시절에 웬만해서는 장만하기가 좀 어려웠던 품목 중의 하나였는데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심지어는 부엌의 한켠에 조그만 질항아리를 놓고
밥할 적 마다 한숟가락씩 쌀을 모으기도 하였던 것이다.
마침, 정부에서도 절미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던 터였고....
아직도 마루 한켠에 자리잡고서 한 몫을 해내는 이 재봉틀은 갓시집왔던
마누라의 새색씨 시절에 단단히 그 위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가까이에서 살고있는 누이가 종종 이용하곤한다.
이 재봉틀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조카들의 추석, 설빔을 마련했으며
가까운 동네분들도 가끔씩 이용하곤 했던 것이다.
몇십년의 세월이 흘러 어머니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손을 놓았으나
벽 한쪽에 걸려있는 사진틀의 어린 남매들이 성장하면서 대물림하는
골동품 재봉틀이 늘, 누구에게나 빛바랜 추억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