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피 소 울음 우는...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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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8
2008.11.05 20:58
해설피 소 울음 우는 두메나 산골.
가마실 지나 꼬불꼬불 가는 산길엔
흐르던 개울도 멈추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만 가득하다.
어느새 시월 상달이 저만큼 비껴가고
황진이의 요염한 눈썹 같은 초승달이
어슴푸레 어두워지는
먼 데 하늘가에 걸려있고
청자 빛 같은 천년의 세월을 지나 온,
세상을 한 아름 안은 듯,
우뚝 선 한 그루 은행나무.
이름 하여 천태산 영국사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인적 드문 산골마을에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엄마소 찾는 송아지 울음이 퍼진다.
이윽고 기울어진 사위에 어두움이 밀려들고
山寺의 지붕위엔 늦가을의 쓸쓸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