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 은행나무 (충북 永同)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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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07:06
천태산에 투명한 햇살이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감싸 안고 있는 가을날 어느 오후, 사찰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세월을 생각한다.
천년을 살아 온 거목(巨木) 아래에서 찰나에 불과한우리네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찌보면
우리들 마음속에 허망하고 부끄러움 한 조각만 더 얹어 놓는 것은 아닐런지...
천년의 세월을 한 자리에서 지켜오며 나라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겪었을 영국사 은행나무.
가늠하기 어려운 천년 세월의 두터움을 묵연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국사 은행나무는 영국사 사찰의 이름과 궤를 같이 하는 신이(神異)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천재지변이나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소울음 소리를 낸다는 전설이 그것으로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해 왔을 때와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 전쟁 때에
울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223호, 높이 3m, 둘레 11m.
거대한 그 몸체에 일순간 압도당한다.
동서남북으로 뻗어간 가지는 노거목(老巨木)의 풍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왼쪽으로 뻗은 가지는 밑으로
자라나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을에 신사(山寺)의 지붕 위에는 단풍이 노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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