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폐가(廢家)에도 가을이...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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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06:16
아는 이를 만나러 길을 가다보니 탱자나무로 울타리가 쳐진 폐가가 보인다. 아무도 살지않는 오래된 낡은 폐가(廢家)의 굳게 닫힌 창문이 단절된 세월을 말해 주는 듯... 폐가 뒷쪽으로 한 그루 있는 감나무엔 감이 한창 익어가고.... 사람이 살지 않는 창은 굳게 딛혀있고.... 마당 한 켠에 그 시절 흑백 텔리비젼을 보기 위한 옥외 안테나가 여전히 서있다. 허물어진 디딤돌과 무너진 아궁이가 더더욱 을씨년스런 폐가의 정경을 말하여 주고... 그 시절의 추억을 더듬게 하누나... 마당 한 쪽, 깊은 우물 속, 구름같은 내가 섰어라. 이 가을날, 라이너 마라아 릴케가 읊조리던 가을노래가 들리는 듯, 하며.... 낙엽쌓인 뒷길을 걷는다. 아직도 푸른 담쟁이는 한창인데 탱자는 어느새, 노랗게 익었다. 임자없는 운동화 한 켤레가 외로워 보이고.... 60년대 중반의 중학교 교과서며 농협 팜플렛이 나뒹굴고 있어 오랜 세월의 무상함을... 마루를 나서는 발 밑에 양은 숟가락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