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오탁번 詩 3首
우리 時代의 詩人, 오탁번 詩 3首.
60年代 그 시절에, 춥고 배고프던 그때에 弱冠의 나이로 오탁번은 童詩 하나로
동아일보에 등단하였다.
아름다운 詩語보다는 육두문자에가까운 언어로 뒷간냄새가 나는 묘사로
序事的인 그의 詩를 나는 좋아한다.
폭설(暴雪) -오탁번 -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토요일 오후
1
청계산 등산로 가에 있는
찻집 알프스 샬레의 토요일 오후
베란다 난간의 수세미외 넝쿨에서
수세미외 하나 뚝 따서
눈빛 서늘한 여인에게 주었다.
"수세미외가 무슨 상징일까?"
여인은 대꾸를 하지 않고
청계산 가을 나뭇잎들만
뺨 붉히며 웃어 댄다.
"암 암 알고 말고"
정말 쓸쓸한 마음이 되어
수세미외 하나 뚝 따서
쓸쓸한 여인에게 건네 주는 일이
썩 괜찮다는 듯
2
밤마다 지아비의 그걸 꼭 잡고 자던
하늘가로 날아가 버린 어느 아내가
예쁜이 수술 받고 입원했을 때
폴라로이드 카메라 받쳐 놓고
입원실에서 지아비와 사랑을 나누었것다?
"아파? 아파? 안 아파?"
지아비의 말에 배시시 웃던
한 쪽 젖이 작은 그 아내는
이젠 폴라로이드 천연색 사진 속에
사랑의 추억으로만 남았다
"안 아파요 안 아파"
저승으로 간 예쁜 그 아내의 속삭이는 소리에
아주 크고 잘생긴 수세미외가
눈물 뚝뚝 흘리고 있다.
<잠지>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 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호호호 웃는다
-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한 밥 얻어먹겠네
< 시집 '벙어리 장갑'(문학사상사)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