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안보강연 분위기, 美비난-北두둔” - 여간첩 원정화
fabiano
북한(北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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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9 08:13
[여간첩 사건] "햇볕 10년, 군인들 '北은 적' 개념 없어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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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탈북 여간첩 원정화 씨가 50여 차례 군 안보강연에 나선 것으로 밝혀져 군 안보교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군 안보강연에 출연했던 탈북자들조차 우리 군 안보의식과 정신교양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군 안보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군 장병들의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탈북자 강연을 안보교육의 기회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군 안보강연에 출연했던 탈북자들은 일반 병사들이 북한에 관심이 거의 없고, 장교들은 안보강연을 ‘세뇌교육’ 쯤으로 폄훼하면서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우리 군의 상황이 이 지경이니 여자 간첩이 남한 군인들 앞에서 북핵 자위론을 주장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사병들, 탈북자 이야기 잘 믿지 않아 탈북 군인 출신으로 한때 군 안보강연에 출연하다가 그만 둔 박철근(가명)씨는 “참가한 사병들은 열심히 듣기는 하지만, 군대 조직의 특성 때문인지 추가 질문이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병사들 자체가 북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적’이라는 개념도 없어 보였다”고 털어 놨다. 그는 “탈북자들의 경우 강의비용으로 20여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받을 수 있지만 강연 분위기 때문에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박 씨는 “강연회에 참가한 병사들이 우리 탈북자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다”며 “강연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탈북자의 강연에서 병사들이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형식적으로 듣는 것은 병사들보다 장교들이 더 하다”며 “장교들이 그런 판에 병사들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장교들은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두둔해 또 다른 탈북자 정광진(가명)씨도 “군인들 사이에서 미군을 주적으로 꼽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하는 판에 우리 같은 탈북자들이 강연에 나설 기분이 들겠냐?”며 “돈 욕심 때문에 광대놀음을 하는 것 같아 스스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사들과는 직접 이야기를 못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장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상당히 불쾌한 경우가 많았다”며 “장교들 자체가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일반적으로 한국 군 장교들의 경우 북한에 대한 태도가 세 가지”라며 “하나는 낙후하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니 자신들의 경쟁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간 전쟁은 해 봐야 결과를 안다며 진지한 태도, 마지막으로 ‘탈북자들이야 어차피 북한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니 자기 입장만 이야기 한다’며 안보강연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장교들의 경우 안보강연을 ‘세뇌교육’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이런 장교들은 ‘양쪽(남북한)실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는 구실을 붙여가며 은근히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두둔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객관적 평가라는 구실로 미국을 비난하면 오히려 좋아하고, 북한이 좋다고 하면 다행스러워 하는 장교들이 적지 않다”며 “우선 장교들부터 인식을 고치지 않으면 북한과 전쟁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훈장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이 없다”며 “한번은 내가 ‘북한 주민들이 죽을 먹고 살고 있다’고 말하자 ‘밥이 싫증나서 죽을 먹는게 아니냐?’며 농담을 건네던 장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찰, 군인보다 진지하고 북한 실태 고민 많아 일선 경찰들에 대한 안보강연 경험을 갖고 있는 탈북자 안철영(가명)씨는 “경찰들이 오히려 군인들 보다 낫다”며 “경찰 강연은 군인들처럼 많은 인원을 강당에 모여 놓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훨씬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안 씨는 “한번은 인천 쪽 경찰서에 강연을 갔었는데, 경찰들은 ‘북한 주민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이따금씩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너무도 못 먹고 힘들게 사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들은 ‘김정일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며 북한체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한 경찰 간부는 북한의 급변사태 시 ‘치안 대책’을 물어와 매우 인상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좀 거북한 표현이지만, 가끔 죄를 지어 감옥살이를 하는 일부 탈북자들을 직접 접하는 경찰들이 북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
[문성휘 기자(자강도출신, 2006년 입국)] |
“남파간첩 있다고 하니, 되려 우릴 이상하게 취급해” 탈북자단체 “원정화 사건은 지난 10년간 안보불감 때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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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화·김동순 간첩사건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안보불감증’과 공안기관들의 ‘눈치보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탈북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차성주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북한 인민들과 김정일 정권을 갈라 봐야 하는데, 지난 정부에서는 ‘주적(主敵)’ 개념도 없이 안보교육에 소홀했던 좌파정권 10년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도 “탈북자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북한의 간첩 공작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공안 당국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이제 공안기관이 최소한의 자기 기능을 수행하는구나 하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 회장은 “이번 사건은 3년 전부터 비롯된 것으로 지금에 와서 실체가 밝혀진 것은 그동안 공안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공안당국은 뜻있는 ‘탈북자 위장 남파간첩’ 의혹을 제시하는 탈북자들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 중 북한에 남은 가족이 인질로 잡혀 간첩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안에 이런 탈북자들의 고민 상담과 도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공안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신의 신분이 북쪽에 노출될까 두려워 탈북자 사회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최청화 숭의동지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체가 밝혀지고 나니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지금도 탈북자들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 이번 일로 선량한 탈북자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도 “이번 일로 탈북자 사회도 각성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이상한 기미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신고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 국장은 “반갑지 않은 일로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라며 “앞으로 탈북자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로 커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이번에 잡힌 사람을 자꾸 ‘탈북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그냥 ‘간첩’일 뿐”이라며 이번 일로 “탈북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조치 또는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 등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 국장은 “과거 반공강연이 안보강연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이조차도 2003년 1월부터 정부가 금지시켰다”며 “군부대와 기무사 등 특수기관에서만 안보강연이 제한됐고 그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군부대 안보강연의 경우는 내용은 신경쓰지 않고, 적당히 말 잘하고 얼굴 반반하면 뽑혀 갔다”며 “원정화가 50여 차례 이상 군부대 강연을 다녔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비판했다. | ||
[김소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