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비뇨기과. “요즘 발기가 되지 않아요. 제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닐까요” 기자의 말에 의사는 “별 것 아니다”라며 안심시켰다. 의사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같으니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해주겠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기자는 청량리 다른 병원을 찾았다. 발기부전이라고 밝히자 “어떻게 하지, 그럼 약이라도 처방해줄까”라며 의사는 치료제 얘기를 꺼냈다.
문진시간은 각 10분 정도. 기자는 20분만에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1정과 ‘시알리스’ 3정을 처방받았다. 병원비는 2만 1000원. 약값은 1정에 2만원 정도. 불과 1시간 전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았는데도 다른 병원에 가면 또 치료제를 구할 수 있었다. 몇군데 병원만 돌면 하루에 수십정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셈.
발기부전 치료제는 원래 심장병 환자를 위해 만든 것.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으려면 사전에 초음파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병원은 없었다.
치료제 복용량도 의사마다 달랐다. A의사는 1회 1정을 복용하라고 했지만, B의사는 1회 2분의 1정만 복용하라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비아그라’ 복용 뒤 숨진 사람은 9명. 우리 보건당국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복용하면 심장병이나 신경계 이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원장은 한 언론 사이트의 온라인 성의학 상담실 코너에서 “비아그라 복용자 1000명 중 2명이 사망한다. 그 중 1명은 이유도 모른다. 또 1000명 중 7, 8명은 심각한 이상증세를 보인다”고 발기부전 치료제 남용을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아무런 검사도 없이 처방전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데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는 처방전을 대리로 받을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조병주 인턴기자(talented_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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