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내가 벌써 환갑이라구요?"
fabiano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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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06:28
할아버지 MC 허참씨, 26년간 '가족오락관' 진행
한 솥밥 동갑내기 오경석 작가도 60고개에 올라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벌써 그렇게 됐나요?"
방송계의 대표 MC인 허참 씨. 그는 올해 기축년이 환갑을 맞는 해가 아니냐고 묻자 깜짝 놀란다. 나이를 잊고 살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지내오던 터라 더 그런 것 같다.
한국방송사상 단일 프로그램을 쉬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 MC는 허참 씨다. 그는 KBS TV의 '가족오락관'을 1983년 4월부터 지금까지 자의로는 단 1회도 빠뜨리지 않고 진행해오고 있다.
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란히 섰던 여성 MC가 무려 21명. 지금은 이선영 아나운서와 함께 맡고 있다. 그러니까 26년 동안 한 무대에 서고 있는 셈. 햇수로 가장 오래된 MC는 KBS '전국노래자랑'을 29년째 진행하는 송해 씨이나 송씨는 도중에 잠시 무대를 떠난 바 있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1천222회나 됐네요. 자의로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1985년이었던가요?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딱 한 주만 정소녀 씨가 단독 MC로 나섰을 뿐입니다."
허참 씨는 방송작가 오경석 씨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가족오락관'이 첫 전파를 탈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 솥밥을 먹고 있어서다. 두 사람은 올해가 환갑인 동갑내기여서 더 특별하다. 26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허참 씨는 최고의 사회자가 됐고, 오씨는 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회갑을 맞았지만 허참 씨는 요즘도 누구보다 왕성하게 마이크를 잡고 있다. KBS '가족오락관'에서 MC로 활동하는 것 외에 SBS 라디오의 '허참, 방은희의 즐거운 저녁길', 음악전문 채널 m-net의 '골든히트송' 등에서는 DJ와 VJ로 젊은 방송인들과 호흡을 척척 맞추고 있다.
비결은 후배를 배려하는 노련미에서 나온다.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파트너는 '골든히트송'의 신인 여가수 주(본명 정민주). 주는 18살이던 지난해에 허참 씨와 공동진행했다. 나이차는 무려 40여 살. 하지만 허참 씨는 나이를 잊고 깔끔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갔다. 지금은 23살의 연기자 현지 씨와 함께 진행한다.
이런 마음가짐과 방송태도는 SBS 라디오 방송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허참, 방은희의 즐거운 저녁길'에서 배우 방은희 씨와 매일 만나고 있다.
"방은희 씨의 전임자는 김주희 아나운서였는데, 그 아버지와 내가 동갑이었어요. 주희 씨에게 날 절대로 아버지뻘이라고 생각지 마라고 당부했지요. 대신 '참 오빠'로 부르게 하구요(웃음). 어느 후배가 됐든 같은 당부를 합니다."
그는 2007년에 손자를 본 할아버지다. 하지만 노인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정신연령을 낮추면서 말이다. 동창을 잘 안 만나려 하는 것도 이때문. '철들면 이 바닥을 떠나라'는 게 연예계의 철칙처럼 돼 있지만 허참 씨는 자신을 여기에 적용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의 건강비결은 소박한 농촌생활에 있는 것 같다. 1980년대 경기도 마석에 마련해놓은 전원주택에서 텃밭 가꾸고, 장작 패면서 사는 게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올해는 소띠해입니다. 좌우명 '쉬지 말고 끝까지 뛰자'처럼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이 달에는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설운도 쇼의 사회도 볼 거구요."
1972년 TBC의 '7대 가수쇼'로 MC 데뷔한 허참 씨는 '쇼쇼쇼' '가요청백전' '올스타 청백전'와 MBC의 '싱글벙글쇼' '푸른신호등', KBS TV의 '도전 주부가요스타'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구수한 말솜씨와 친근한 인상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70년대에 낸 '왜 몰라주나요'와 2003년에 선보인 '추억의 여자'가 그것이다. 음반 발표는 가수로 본격활동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사회를 보면서 양념으로 살짝 가미하고 싶어서란다.
ido@yna.co.kr